게임 조금 잡것 가득
Wattam - 인생이란 먹고, 싸고, 웃는 것 본문
타이틀명 : Wattam
출시일 : 2019.12.07(PS4), 2020.12.19(steam)
개발 : Funomena
플레이한 플랫폼 : PC(steam)
공식 한국어화
'타카하시 케이타'는 수많은 게임 개발자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대표작인 '괴혼'을 통해 보여준 그의 난해한 작품관은 대중성과 거리가 먼 듯하면서도 동시에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기묘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마침내 그의 새로운 작품인 'Wattam'(이하 왓탐)이 출시되었다. 초밥과 변기가 손잡고, 먹히고, 터지고, 구르고, 날아다니는 이 작품은 타카하시 케이타만의 기괴한 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게 뭣허는 게임인고?
왓탐의 주인공이자 수염 난 초록 네모인 '촌장'은 모자 속에서 마법 폭탄을 꺼내 콰쾅!하고 터트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폭탄으로 위협이 되는 적들을 물리치는 게임인 것일까? 아니다. 이 강력한 폭탄에는 무려 친구들을 하늘 높이 날려 즐겁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친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콰쾅! 능력을 통해 우주 곳곳에 흩어진 친구들을 다시 모으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세계를 본래의 모습으로 재건하는 것이 본작의 목적이다.
본작에서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촌장뿐이 아니다. 일상적인 물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씨앗, 돌, 꽃, 연어알, 반지 등은 모두 일개 오브젝트가 아닌 조종할 수 있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다. 심지어 캐릭터들이 밟고 있는 지형이나 하늘에 떠있는 태양까지 포함해 왓탐에 등장하는 107가지 크고 작은 물체들은 모두가 살아있다. 이들은 함께 손을 잡거나 다른 캐릭터의 머리 위에 올라갈 수 있을 뿐 아니라 모티브가 된 물건의 용도에 맞는 특별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왓탐의 장르를 굳이 분류하자면 샌드박스형 퍼즐 게임에 가장 가깝다. 107가지 캐릭터를 가지고 무엇을 할지는 완전히 플레이어의 자유지만 메인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말풍선이나 간단한 대사로 표현되는 친구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것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친구들의 고민은 대부분이 무척 직관적이고 쉬운 퍼즐로 구성되어 있는 데다가 스토리의 분량 자체도 대단히 짧기 때문에 엔딩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렇게만 보자면 짧은 메인 스토리를 가진 대신 107가지 캐릭터들이 가진 각기 다른 능력을 활용해 자신만의 놀이를 즐기는 게임이라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빈약한 메인 스토리를 제외하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허무한 작품이 바로 왓탐이다.
먹고 싸고 터진 다음 할 게 없다.
본작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없다시피 한 콘텐츠와 단조롭고 폭이 좁은 게임 플레이다. 게임 초반에 등장하는 유기적인 생태계까지는 분명 환상적이기 그지없다. 입 친구가 음식 친구를 먹으면 응가 친구가 나오고, 응가 친구의 냄새에 주변 친구들이 코를 찡그리거나 구토를 하고, 변기 친구가 와서 응가 친구의 냄새를 씻어주고, 나무 친구가 응가 친구를 먹으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순환적인 게임 플레이는 얼핏 보면 작품 전반에 걸쳐 유기적인 상호작용이 형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실제로 필자는 초반 이후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들이 얼마나 다양한 능력과 상호작용을 갖추고 있을지 강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감은 배신당했고 이 먹고 싸는 순환 이외에 제대로 구현된 상호작용은 그 무엇도 등장하지 않았다.
2015년 공개된 트레일러에서는 비구름과 비를 맞고 만개하는 꽃, 캐릭터들을 춤추게 만드는 턴테이블, 생선 살을 펄럭거리며 날아다니는 초밥 등 풍부한 상호작용과 다양한 게임 플레이를 예고했지만 막상 출시된 왓탐에는 그런 것들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107명의 캐릭터들 중 절반 이상이 아무런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몇 안 되는 능력조차 대부분이 한번 쓰이고 마는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고 만다.
다른 캐릭터들에게 영향을 주는 능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의미한 것은 드물다. 양파 친구의 주변에 있으면 눈물이 나고, 배게 친구의 주변에 있으면 잠에 빠지는 정도는 구현되어 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카메라, 선풍기, 양초, 왕관, 병뚜껑과 같은 흥미로운 캐릭터들 역시 종국에는 먹고 싸는 데 있어 재료로 사용되는 용도밖에 남지 않게 된다. 작품 외적으로 살펴봐도 먹기 100번, 싸기 101번, 콰쾅 100번과 같은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도전과제가 본작의 부족한 콘텐츠를 방증한다. 왓탐에는 정말 먹고 싸고 터지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구현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산재한 기술적 결함
왓탐의 부실한 게임 플레이는 콘텐츠 부족에 국한되지 않는다. 본작의 카메라와 조작은 그야말로 재앙이다. 게임 켜자마자 하트를 띄운 패드 그림이 나올 정도로 패드 플레이를 권장하는 게임이지만 패드로도 정상적인 조작이 거의 불가능했다. PS2 시절 게임을 보는 듯한 카메라는 축소 확대조차 자유롭지 못해서 속이 터질 정도로 답답하고 백 명이 넘는 캐릭터 사이에서 오른쪽 스틱으로 조작 캐릭터를 바꾼다는 발상은 정말 끔찍하다. 몇 안 되는 액션인 벽 타기와 손잡기 마저 그 판정이 너무나 엉망진창이어서 평범하게 게임을 진행하는 것조차 힘겨웠다.
2020년 12월 21일 스팀 출시 버전 기준으로 버그 역시 과하게 많다. 캐릭터들이 하늘 너머로 솟아오르거나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1분마다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게임이 튕기는 건 기본으로, 이유 없이 캐릭터가 튕겨서 날아가 버리기도 하고, 맵 너머로 캐릭터가 사라져 영원히 우주 유영을 하기도 하고, 조작하던 캐릭터가 순간이동하기도 한다. 그나마 메인 스토리 진행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만 정식 출시된 지 1년도 넘은 게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수준으로 버그가 많은 것 역시 사실이다.
버그가 아닌 기술적 문제 역시 처참할 정도로 많다. 캐릭터가 조금 많이 모이거나 컬렉션 페이지를 열게 되면 프레임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 정도는 애교일 지경이다. 종잡을 수 없는 ai로 인해 캐릭터가 원하지 않는 위치로 마음대로 이동해 이들을 옮기는 것만 하세월이며 쓸데없이 리얼타임으로 이루어지는 컷신들은 캐릭터 겹침이나 카메라 가림 등의 문제가 전혀 해결되어 있지 않아 몰입감을 완전히 박살 낸다. 몇 줄 안 되는 한국어 대사에서 오타가 자주 나오는 것 역시 거슬리지만 산더미같이 쌓인 치명적인 문제점 속에서는 그저 귀엽게 느껴질 뿐이다.
너희들은 행복하니...?
정말로 많은 문제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본작에도 분명 매력은 존재한다. 즐겁고 행복한 분위기, 여러 국가의 언어로 대사가 출력되는 연출, 아기자기한 아트 스타일, 캐릭터마다 다르게 배정된 섬세한 사운드 디자인, 작품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메인 테마곡까지 분명 공들인 부분이 눈에 보일 정도로 많이 존재하기는 한다. 다만, 그 이상으로 단점이 많을 뿐이다.
그리고 실망스러운 완성도와는 별개로 '친구들과의 즐거운 일상'이라는 주제를 표현하는듯한 왓탐의 캐릭터들은 정말 행복해 보인다. 모든 캐릭터가 시종일관 행복해하며 싸우더라도 금방 화해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즐겁게 다시 논다. 콰쾅!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은 물론 잡아먹혀서 응가로 변하는 것조차 이들에게는 재밌는 일이며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춤을 추기만 해도 신비한 힘이 발휘된다. 모두가 사이좋게 지내는 이 이상적이고 밝은 세계는 순수하고 즐거운 기운을 듬뿍 간직하고 있지만 게임 자체가 망가진 결과 그 기운이 플레이어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뿐이다.
-총점-
4/10
캐릭터들은 너무나 행복해 보이지만 필자는 왓탐을 플레이하는 내내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 미완성 수준의 부실한 콘텐츠와 끔찍한 조작 그리고 웃어넘기기 힘들 정도로 넘쳐나는 기술적 문제점은 왓탐을 불행한 게임으로 만들었다. 타카하시 케이타의 새로운 작품은 분명 기괴하면서도 독창적인 세계를 그려냈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만한 훌륭한 기반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스팀 리뷰 : steamcommunity.com/id/thiepriest/recommended/702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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