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조금 잡것 가득
Firewatch - 잿더미가 된 숲 본문
타이틀명 : Firewatch
출시일 : 2016.02.10(steam)
개발 : Campo Santo
플레이한 플랫폼 : PC(steam)
사용 한국어 패치 : https://team-sm.tistory.com/97
국립공원의 광활한 자연 속을 거닐면서 그 풍경을 감상하고 황홀한 경치에 빠져든다. 아내의 병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고 도피한 주인공 '헨리'는 삼림감시원으로서 무전기로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여름을 하루씩 보내간다. 그러나 평화로울 거라 생각했던 생활은 자신을 감시하는 의문의 그림자로 인해 서서히 망가져가고 이에 대한 진실을 추적해 나가는 것이 'Firewatch'의 줄거리다.
파이어워치는 흔히들 '워킹 시뮬레이터'라 부르는 장르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전투, 퍼즐 등의 게임적 요소를 일체 배제한 채 그저 걷는 행위와 주변 환경을 중심으로 모든 내러티브가 구축되어 있다. 아름다운 자연 속을 거닐면서 때때로 무전기를 들어 대화하는 것 이외에는 게임 플레이라고 부를만한 부분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이 걷는 행위의 배경이 되어야 하는 자연은 정말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작중 시간대에 상관없이 언제나 그 색감과 풍경이 매우 뛰어나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같은 사운드 역시 평화로운 숲의 모습에 생동감을 덧입혀준다. 이러한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때로는 급한 성미를 죽이고 그저 여유롭게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경은 매우 매력적이다.
파이어워치의 강점은 풍부한 상호작용이다. 무전기 표시가 나오는 오브젝트는 모두 상호작용이 가능하며, 해당 오브젝트에 맞춰 또 다른 여성 삼림감시원인 '델라일라'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 대화의 분량이 꽤나 방대한데, 게임이 끝날 때까지 걸리는 4시간 동안 무전기가 꺼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숲 자체가 오픈월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개발진이 숨겨놓은 오브젝트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메인 퀘스트 라인에서 잠시 벗어나 이런 작은 요소들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헨리와 델라일라의 대화는 재밌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무게감 있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사연과 지친 삶을 숨긴 채 삼림감시원이라는 직업으로 도피한 상태이며, 숲에서 지내는 여름 동안 다른 대화를 할 상대 없이 단둘이서 지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둘 사이에서는 기묘한 유대감이 생겨난다. 썰렁한 유머뿐 아니라 각자의 속내에 있는 깊은 이야기가 은근히 묻어 나오는 대화는 굉장히 매력적이고 흥미롭다. 성우 연기 역시 훌륭해 델라일라 본인과는 전혀 마주하지 못한 채 무전기만으로 대화를 진행함에도 몰입감이 무척 뛰어나다.
하지만 이토록 두 캐릭터 간의 흥미로운 관계를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본 작에서 이 둘의 관계는 메인 스토리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오히려 메인 스토리는 게임의 가치를 확 떨어트릴 정도로 형편없다. 헨리와 델라일라 주변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을 추적해나가는 중반까지는 꽤나 흥미롭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만큼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산불의 규모도 커져가 종국에는 숲 전체가 연기로 뒤덮일 정도로 거대한 산불이 일어나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그러나 스토리의 결말은 혼란스럽고 끔찍하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도록 억지스럽고 맥이 빠진다. 굉장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표현되던 모든 미스터리는 엔딩과 함께 싱겁게 끝이 난다. 종종 언급되던 인물들은 단순한 일회성 설정으로 끝나 이야기에서 아무런 비중을 가지지 못했으며 스토리에 그 어떤 깊이도 주지 못했다. 하다못해 평범한 삼림감시원의 일상과 함께 두 사람의 관계에만 집중했어도 이런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훌륭한 캐릭터 구축과 극도로 상반되는 나쁜 메인 스토리는 게임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맵이 오픈월드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고는 했지만 사실 파이어워치에는 자유도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스토리는 완전한 일자 진행형 방식으로, 델라일라와의 대화에서 고르는 선택지는 그저 형식적으로만 존재할 뿐 스토리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는 시스템이다. 메인 스토리 이외에 숲을 돌아다니며 할 수 있는 것은 오브젝트를 찾아다니며 델라일라와 대화하는 것뿐이기 때문에 본 작에서 메인 스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야말로 막대했다.
하지만 형편없는 결말과 함께 스토리는 망가져버렸다. 그 어떤 여운도 남기지 못하는 스토리는 파이어워치에게 있어 치명적인 단점이 되었다. 마치 거대한 산불처럼 망가진 스토리가 덮친 결과, 멋진 배경에서 잘 구축된 캐릭터들이 나누던 대화는 모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던 작품이지만 아쉽게도 그 잠재력이 전혀 발휘되지 못한 형편없는 마무리를 보여주고 말았다.
-총평-
실망스러운 엔딩으로 무너져버린 작품
파이어워치는 깊이 있는 스토리를 원한다면 무조건 피해야 하는 작품이다. 오히려 곁다리로 존재하는 부가적인 요소들이 훨씬 더 매력적이고 인상적이다. 아름다운 숲을 배경으로 하는 두 남녀의 미묘한 관계와 유머러스한 대화는 꽤나 볼만하지만 그 이상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작품이기에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스팀 리뷰 : steamcommunity.com/id/thiepriest/recommended/383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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