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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Remains of Edith Finch - 마법 같은 상상력 본문

게임 리뷰

What Remains of Edith Finch - 마법 같은 상상력

시프리스트 2020. 8. 2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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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명 : What Remains of Edith Finch

출시일 : 2017.04.25(steam)

개발 : Giant Sparrow

플레이한 플랫폼 : PC(Epic Games Store)

공식 한국어화

 


 'What Remains of Edith Finch'(이하 에디스 핀치의 유산)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자 저주받은 가문에 대해 다루는 한 편의 동화이기도 하다. 아니, 그것이 저주 일지 아닐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본작이 다루는 이야기는 그만큼 모호하고 명확하지 않다. 마치 모든 판단을 청자에게 맡기는 무덤덤한 이야기꾼처럼 불안한 내용을 차분히 낭독해나갈 뿐이다. 아마 모든 이야기가 끝이 난 다음, 사람에 따라 각자 다른 여운을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 불확실한 이야기가 실망스럽거나 하찮게 느껴질 일은 없을 것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핀치 가문의 집

 '핀치 가문'은 10명이 넘는 가문 구성원들이 짧은 기간 동안 불행한 죽음을 맞이해 미국에서 가장 불행한 가문이라 불린다. 모든 가족을 수용하기 위해 누더기처럼 증축된 집 앞에는 수많은 묘비가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목숨을 잃은 가족들의 방은 그들이 생전에 사용하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핀치 가문의 마지막 남은 구성원인 '에디스 핀치'는 자신의 어머니인 '돈 핀치'가 남긴 열쇠를 들고 핀치 가문에 닥친 불행한 사건들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오래전 떠났던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과거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과거의 흔적이 모두 남아있는 초현실적인 집에서 에디스 핀치는 가문 구성원들의 방을 돌아다니며 그들의 사인에 대해 되짚어본다. 게임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파이어워치'와 같은 '워킹 시뮬레이터' 장르의 틀을 따른다. ui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패드의 스틱 두 개와 버튼 하나면 모든 조작이 가능할 정도로 조작 체계가 단순하다. 게임 플레이 역시 정해진 길을 따라 집을 돌아다니며 가문 구성원들이 남긴 방을 찾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목숨을 잃었는지를 체험하고 기록하는 것이 전부다. 

 

 단순한 구성이지만 에디스 핀치의 유산이 가진 내러티브는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그래픽, 음악, 아트, 나레이션, 연출이 모두 한데 어우러지며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물 흐르듯 이야기를 이어간다. 특히, 리얼리즘과 비현실의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든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대표적으로 집의 구조나 집 내부에 숨겨진 비밀들은 비현실적이기 그지없지만 그 내부는 평범한 사람들의 집과 전혀 다르지 않다. 가문 구성원들의 죽음 역시 사인은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오지만 그 연출은 대단히 몽환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문 구성원의 죽음마다 독특한 연출이 존재한다.

 가문 구성원들의 죽음을 체험하는 것은 본작 게임 플레이의 핵심이나 다름없다. 한 명 한 명마다 공들여 만들어진 기발한 연출이 준비되어 있다. 결국 죽음에 관해 다루는 만큼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제작진의 상상력과 표현이 워낙 뛰어나 기묘하게도 환상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분명히 단순한 조작만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그 연출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플레이어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촉수 괴물부터 욕조 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개구리 인형까지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된다. 1인칭으로 이루어지는 꿈같은 체험은 마법 같은 상상력을 통해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분명 사람이 죽는 모습을 표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뒤틀린 상상력은 이를 기괴하고 아름답게 비틀어놨다. '루이스 핀치'와 '그레고리 핀치'의 죽음은 이러한 뒤틀린 상상력의 정점으로 그들의 끔찍한 죽음이 어떤 식으로 표현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면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신비롭고 기괴한 죽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복숭아 통조림을 따서 섭취하는 단순한 장면조차 몰입할 정도로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레이션 활용이 예술적이다.

 이 상상력과 연출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있으니, 바로 '나레이션'이다. 본작에서 나레이션은 대단히 많은 역할을 담당했으며 그것들을 모두 훌륭하게 수행한다. 나레이션이 흘러나올 때마다 그 텍스트가 구체적으로 시각화되어 다양한 효과를 발휘한다. 텍스트들이 흘러가듯 움직여 다음에 나아갈 길을 제시해 주기도 하며 아예 텍스트가 게임 플레이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들어오기도 한다. 나레이션의 기발한 활용은 게임 전반에 걸쳐 생기를 불어넣었을 뿐 아니라 단순한 음성이나 자막만으로 스토리를 표현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전달력을 보여준다.

 

 나레이션은 에디스 핀치의 심정과 그 이상의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한다. 가족들이 모두 죽어나가는 걸 지켜만 봐야 했던 어머니의 심정, 애완동물의 죽음보다 사람의 죽음에 익숙해져 가는 마음,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 등 에디스 핀치라는 인물에 대해 다양한 서사를 덧입혀주며 한데 어우러지지 못할 수도 있었던 핀치 가문의 이야기를 오롯이 집중시켜준다.

 

조금 더 다양한 상호작용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약간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죽음에 관한 기억 외에는 상호작용이 가능한 요소가 너무 적었다는 것이다. 각 인물들의 방은 그 생전의 모습이 그대로 유지된 만큼 다양한 오브젝트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오브젝트는 시각적으로 관찰하며 그 인물에 대해 상상하는데 약간의 도움을 줄 뿐 게임 자체적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하거나 나레이션이 따로 준비된 오브젝트는 대단히 적다. 게임의 경험을 해칠 정도의 단점은 아니지만 워낙 모호한 작품인 만큼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조금 더 해석의 여지를 주고 스토리를 풍부하게 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처음 언급했듯이 에디스 핀치의 유산은 매우 불확실한 작품이다. 결말을 확인한 다음에는 영문모를 감동을 느낄 수도 있고 어쩌면 혼란스러울지도 모른다. 제작진은 무언가 철학적인 메세지를 전하려 한 것일 수도 있고, 그저 한 가문의 기구한 운명과 불행을 동화처럼 이야기한 것 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에디스 핀치의 유산은 깊이 있고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줄 뿐 그 해석은 전적으로 듣는 이에게 맡기고 있다. 2시간 정도의 짧은 이야기지만 이 강렬하고 생기 있는 이야기는 누구나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만들 것이다.

 


-총평-

 

상상력으로 가득 찬, 죽음에 관한 동화


 

 에디스 핀치의 유산은 독창적이고 세련된 내러티브를 제시했다. 복잡한 게임 플레이를 배제하더라도 얼마나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컨트롤보다는 스토리와 분위기를 즐기는 게이머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해봄직하다. 예술의 경지까지 다듬어진 이 워킹 시뮬레이터는 그만큼 신선한 영감과 자극으로 가득 차 있다.  

 

* 에픽 스토어는 리뷰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링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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