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조금 잡것 가득
Rez Infinite - 음악과 슈팅의 공감각 본문
* 리뷰에서 VR 모드는 다루지 않습니다.
타이틀명 : Rez Infinite
출시일 : 2001.11.22(오리지널) 2016.10.13(PS4) 2017.08.09(steam)
개발 : United Game Artists(오리지널) Enhance Games, Resonair(인피니트)
플레이한 플랫폼 : PC(steam)
영문판
Rez Infinite(이하 레즈 인피니트)는 여러모로 놀라운 작품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정말 단순하기 그지없는 레일 슈터를 아주 세련된 방식으로 음악과 결합시켰다는 점도 놀랍지만 그보다 더 엄청난 점은 이 작품이 무려 20년 전에 발매되었다는 것이다. 시대를 너무나 앞서간 이 '미친' 작품은 플레이어를 기하학적인 사이버 공간과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세계로 초대할 것이다.
레일 슈터와 음악의 놀라운 결합
'자아를 가지게 된 AI를 깨우기 위해 사이버 공간에 침투한다.'로 요약하고 넘어가는 단순한 스토리만큼이나 레즈의 게임 플레이는 단순하다. 레즈는 레일 슈터와 음악이 결합된 독특한 작품으로 캐릭터가 자동으로 움직이는 레일 슈터의 특성상 플레이어는 오로지 조준에만 신경 쓰면 된다. 버튼을 누른 상태로 조준점을 조작해 최대 8명의 적을 조준할 수 있으며 그 상태로 버튼을 놓으면 그대로 적들을 공격한다. 이 정도가 본작에서 요구되는 조작의 전부이며 그야말로 단순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가 단순하다는 것이 깊이가 얕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레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슈팅'이 아닌 '음악'이다. 레즈의 모든 에리어는 각자 다른 배경음악을 가지고 있으며 거기에 플레이어의 공격이 가진 비트가 더해지면서 하나의 거대한 음악이 완성된다. 플레이어가 만들어내는 비트는 캐릭터의 업그레이드 상태나 공격한 적에 따라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새로운 비트를 즐기며 음악에 맞춰 공격할 순서를 정하는 것도 좋은 플레이 방식이 된다. 작품의 메인 테마는 EDM이지만 힙합 같은 다른 장르의 음악이 등장하기도 하며 각 음악이 기하학적인 배경과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분위기는 말 그대로 환상적이다. 이러한 공감각적인 체험은 다른 작품이 흉내 낼 수 없는, 오로지 레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적인 감각의 에리어X
레즈 인피니트는 2001년 발매된 'Rez'와 2008년 발매된 'Rez HD'의 콘텐츠를 모두 수록했을 뿐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제작된 부분이 두 군데 존재한다. 바로 'VR 모드'와 '에리어 X'다. 아쉽게도 VR 기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아 VR 모드는 체험해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에리어 X는 정상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에리어 X는 오리지널 레즈의 에리어 5개와는 별도로 완전히 새롭게 제작된 스테이지다. 원작과는 다르게 언리얼 엔진 4를 기반으로 제작되어 PS4 시대에 걸맞은 비주얼을 보여준다. 에리어 X의 테마는 빛 입자를 통해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원작에서 가져온 것이 아닌 완전히 새롭게 제작된 음악과 음향 효과는 흩날리는 빛 입자를 통해 표현되며 '음악을 본다'라는 표현에 걸맞을 정도로 환상적인 광경을 그려냈다.
에리어 X는 게임 플레이적인 면에서도 오리지널 레즈와 꽤 큰 차이를 보인다. 마치 '피터 팬'처럼 비행할 수 있다는 미즈구치 테츠야의 인터뷰처럼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움직일 수 없는 원작과는 다르게 자유로운 비행이 가능하다. 조준과 사격 그리고 업그레이드 시스템까지는 원작과 완전히 동일하지만 위기 상황에 적들을 단숨에 쓸어버리는 '오버드라이브 시스템'은 삭제되었다.
아름다운 에리어 X의 세계를 자유롭게 비행하는 것은 그야말로 끝내준다. 분명 공격해서 쓰러트릴 수 있는 적들임에도 불구하고 빛 입자로 이루어진 해파리들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은 너무나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그야말로 음악 속을 날아다니는듯한 경험을 제공하며 10분 정도의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현대식으로 레즈가 새롭게 제작되는 것에 대해 강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너무나도 부족한 볼륨
하지만 레즈 인피니트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존재한다. 바로 턱없이 부족한 볼륨이다. 원작의 에리어 5개와 에리어 X를 모두 클리어하는데 요구되는 시간은 1시간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샷 정확도, 적 처치 비율, 아이템 획득률과 같은 지표를 높이기 위해 다시 플레이할 수는 있지만 큰 동기가 부여되는 수준은 아니다.
물론 단순히 에리어를 클리어하는 것 이외에도 콘텐츠는 있다. 점수와 랭킹을 기록할 수 있는 '스코어 어택 모드', 5개 에리어를 쉬지 않고 한 번에 클리어하는 '다이렉트 어썰트 모드', 보스만을 클리어하는 '보스 러시 모드'등이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결국은 기본 모드와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뿐만 아니라 각종 특전의 해금 조건도 같은 모드를 30번 반복 클리어하는 식으로 무의미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신선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제아무리 멋진 경험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1시간 만에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총점-
8/10
20년이라는 시간을 초월한 레즈 인피니트는 정말 멋진 작품이다. 음악과 슈팅의 결합은 지금 시선으로 봐도 세련되게 느껴지며 현대식으로 제작된 새로운 모드는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VR 기기가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야속하게 느껴졌을 정도다. 아주 독특하고 개성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특이하고 새로운 것을 사랑하는 게이머라면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턱없이 짧은 플레이 타임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플레이 타임을 중시하는 게이머에게는 권하기 힘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팀 리뷰 : steamcommunity.com/id/thiepriest/recommended/636450/
'게임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Impostor Factory - 팬들에게 바치는 담백한 헌사 (0) | 2021.10.02 |
---|---|
Need for Speed Hot Pursuit Remastered - 명작의 아쉬운 귀환 (1) | 2021.01.05 |
Hades - 로그라이크? 갓-라이크! (0) | 2021.01.02 |
Hellblade: Senua's Sacrifice - 설득력 없는 메시지 (0) | 2020.12.28 |
Biped - 둘이서 한 걸음씩 (0) | 2020.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