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조금 잡것 가득
쓰론브레이커: 더 위쳐 테일즈 - 또 하나의 명품 rpg 본문
타이틀명 : 쓰론브레이커: 더 위쳐 테일즈
출시일 : 2018.10.23
개발 : CD PROJECT RED
플레이한 플랫폼 : PC(steam)
공식 한국어화, 한국어 더빙
쓰론브레이커는 단순한 카드 게임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어폐가 있는 작품이다. 어쩌면 이 작품을 단순히 '궨트: 더 위쳐 카드 게임'을 보조하기 위해 나온 어설픈 싱글 캠페인으로 취급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며, 플레이하기 이전의 필자 역시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직접 플레이해본 쓰론브레이커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었다. 오히려 카드 게임은 부차적인 것이라 느껴질 정도로 방대한 볼륨, 매력적인 캐릭터들,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갖춘 제대로 된 rpg를 마주쳤다.
쓰론브레이커는 기존 더 위쳐 트릴로지의 주인공 '게롤트'가 아닌 리비아와 리리아의 여왕 '메브'를 주인공으로 다룬다. 게롤트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에서 실망하는 팬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메브 역시 주인공으로써 부족함이 없는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더라도 위엄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하며, 자신이 정당한 여왕이라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언제나 누구보다도 앞장서 행동한다. 그런 강직한 면과 대비되는 자식을 가진 어머니로서의 인간적인 면과 때때로 보이는 자비로운 모습은 메브를 한층 더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 메브라는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것은 바로 플레이어의 몫이다.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이벤트에서 메브의 행보는 온전히 플레이어의 손에 의해 결정된다. 기본적인 캐릭터의 성격과 행보는 정해져 있지만, 세부적인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는 플레이어가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이 선택에는 일차원적으로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게 아닌 뒤틀린 상황 속에서 도덕성과 합리성을 시험받는 어려운 선택지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그리고 이 부분이 바로 쓰론브레이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도덕적인 선택을 했다고 언제나 보상받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선한 행동의 대가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반대로 악한 선택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벌을 받는 게 아니다. 명예가 조금 실추되고 약간의 가책을 받을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더 좋은 보상과 만족스러운 결말을 이루기도 한다.
선택에 따른 결과는 빠르던 늦던 확실하게 메브를 향해 돌아온다. 게임 초반의 선택 하나가 게임의 마지막에서 큰 도움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복수심으로 선택한 무자비한 선택이 메브를 향한 피의 복수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선택의 영향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건 메브와 함께하는 동료들이다.
쓰론브레이커에는 총 10명의 동료가 등장한다. 동료들은 모두 메브의 덱에 카드로 사용할 수 있으며, 하나같이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기에 영입해둔다면 큰 도움이 된다. 동료들은 카드로서의 성능만큼이나 스토리에서도 큰 빛을 발한다. 선택지에 따라 얼굴 한번 마주치지 못하는 동료가 있을 수도 있지만, 만약에 동료로 합류시키는 데 성공했다면 이들은 단순히 캠프에 죽치고 앉아 있는 게 아니다.
모든 동료 캐릭터들은 각자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메브의 선택과 별개로 행동한다.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는 메브의 행보에 실망해 영영 떠나기도 하고, 메브의 선택으로 인해 목숨을 잃기도 하며, 아예 메브의 선택을 무시하고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기까지 한다. 이런 각양각색 동료들의 개성으로 인해 선택지를 고를 때 플레이어는 더욱 고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고 동료들이 선택에 방해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동료가 있어 수월해지는 이벤트도 다수 존재한다. 치유사 동료가 독에 걸린 병사들을 치료해주거나, 발명가 동료의 발명품으로 위험한 곳의 보물을 수월하게 가져오거나, 위험한 괴물을 괴물 사냥꾼 동료가 손쉽게 처리해 주기도 한다. 결국 동료들의 존재로 인해 선택지가 더 복잡해지는 한편 풍부하게 변하면서 게임에 한층 더 재미를 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다. 쓰론브레이커는 기본적으로 필드 탐색이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총 5개의 챕터가 진행되는 동안 드넓은 5개의 지역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이벤트를 발견하고, 자원을 줍고, 덱을 보강한다. 극초반에는 메브의 이동속도가 느린데 맵은 넓어 답답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메브의 이동속도 업그레이드를 마치고 조금만 더 진행해본다면 필드 전체가 빽빽할 정도로 다양한 탐색 요소로 꽉 차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워낙 준비된 이벤트와 탐색 요소가 많아 일부러라도 메인 퀘스트에서 옆길로 살짝 빠져나와 새로운 스토리를 발견하게끔 플레이어를 자연스럽게 유도해낸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렇게 다양한 탐색 거리가 준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카드 게임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카드 종류가 적다는 건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동료들은 선택지에 따라 영구히 이탈하는 경우가 제법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키 카드로 사용하기가 어렵고, 병영을 업그레이드한다 하더라도 늘어나는 카드의 종류는 30가지도 채 안된다. 그렇다고 탐색에서 덱에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제공하기는커녕 황금 상자를 열더라도 '궨트: 더 위쳐 카드 게임'에서 사용 가능한 보상을 제공할 뿐이다. 그에 반해 덱에 최대 4장밖에 넣지 못하는 장식은 탐색을 진행할수록 정말 다양한 종류를 제공하기 때문에 덱에 넣을 카드는 종류가 적어서 고민인데, 장식은 종류가 너무 많아서 고민인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한다.
카드 종류도 적고, 나의 덱을 저장해둘 수 있는 로드아웃 기능조차 제공하지 않아 사실 카드 게임을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덱 짜는 재미는 그렇게 크지 않은 편이다. 오히려 강력한 덱을 하나 확보해두면 다른 덱으로 변경하는 게 귀찮다고 느껴질 정도로 덱 빌딩의 재미는 불합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덱 빌딩의 재미가 부족하다는 것과 카드 게임으로서의 쓰론브레이커가 재미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오히려 카드 게임으로서의 쓰론브레이커는 굉장히 재미있다. 쓰론브레이커는 궨트라는 카드 게임의 룰을 정말 극한까지 활용해낸 게 인상적인 작품이다.
게임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이벤트들이 궨트의 룰을 기반으로 플레이 가능하게 구현되어 있다. 산사태, 길 찾기, 잠입, 요새 함락, 탈출, 심지어 술 내기까지 다양한 전용 카드를 통해서 궨트를 이용해 그 상황을 구현해냈다. 이런 이벤트들은 '퍼즐'이라는 이름 아래 전용 덱을 사용해 문제풀이 형식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지만, 궨트의 표준 규칙으로 플레이하는 상황에서도 '특별 규칙'이라는 명목 아래에 전용 카드가 등장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매 전투가 지루하지 않도록 만들어준다. 특히, 게임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전투는 보통 난이도에서도 정말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덱을 시도해봐야 할 것이다.
-총평-
게임성과 스토리를 모두 잡아낸 명품 rpg
쓰론브레이커는 '궨트'라는 카드 게임에 흥미가 없더라도 충분히 해볼 만한 작품이다. 실제로 그러한 플레이어들을 위해 원하지 않는 전투를 넘기고 스토리를 감상하는 난이도 역시 준비되어 있다. 최소 25시간을 보장하는 방대한 볼륨과 완성도 높은 스토리뿐만 아니라 카드 게임으로서의 재미까지 잡아낸 훌륭한 작품이다. 특히,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의 스토리텔링 방식과 궨트가 마음에 들었던 팬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스팀 리뷰 : steamcommunity.com/id/thiepriest/recommended/973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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