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조금 잡것 가득
Brothers - A Tale of Two Sons - 읽기 힘든 동화책 본문
타이틀명 : Brothers - A Tale of Two Sons
출시일 : 2013.09.04(steam)
개발 : Starbreeze Studios
플레이한 플랫폼 : PC(steam)
영문판(플레이에 지장 없음)
'Brothers - A Tale of Two Sons'(이하 브라더스)는 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치료약을 찾아 여정을 떠난 형제의 이야기를 다루는 어드벤처 게임이다. 형제는 여정 중 다양한 시련을 맞닥뜨리게 되며, 그 시련들을 힘을 합쳐 극복해내고 가족 간의 사랑에 대해 그려낸다는, 어떻게 보면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동화 같다는 말이 본 작이 아이들을 위한 게임이라는 뜻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브라더스는 성숙하면서도 어두운 이야기와 주제를 다룬, 다 큰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 가깝다.
브라더스의 가장 뛰어난 점은 바로 연출이다. 본 작의 대화는 오로지 가상의 언어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사실상 대사나 텍스트가 존재하지 않는 게임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배경과 몸짓만으로 모든 상황을 알아서 짐작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굉장히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섬세하게 이루어져 있다. 당장 게임의 주인공인 형제의 성격부터가, 똑같은 오브젝트에도 각자 다르게 반응하는 형과 동생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플레이어가 알아서 짐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오브젝트가 게임 전반에 걸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매우 쏠쏠하다.
배경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의 초반에는 평화로운 인간들의 마을에서 시작해, 특별함을 느끼지 못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챕터를 진행할수록 교수형 당한 시체들, 세계수, 거인 전사들의 전쟁터, 피가 흐르는 강, 피에 미친 원주민 등을 비롯한 음침하고 어두운 북유럽풍 판타지 세계가 드러나면서 본 작품의 세계관에 대해 다양한 추측을 가능하게 만든다. 물론, 이에 대한 설명이나 묘사는 일체 없기에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추측이 가능할 뿐이다.
무언극이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이야기는 꿋꿋하게 진행된다. 브라더스의 스토리에서 전하고자 하는 주제는 정말 많다. 트라우마에 대한 극복, 죽음, 가족애, 성장 등등 3시간 동안의 짧은 이야기 속에 다양한 주제를 녹여냈다. 대사 없이, 오로지 인물들의 행동만으로 이런 주제들을 적절히 표현한 건 아주 훌륭한 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뛰어난 연출력은 에필로그에서 정점을 찍는다.
브라더스의 에필로그는 본 작의 모든 주제를 완벽하게 녹여냈다. 프롤로그와 완전히 대비되며 감동적이면서도 슬픈 마무리를 지어내는, 형제의 여정에 대한 깔끔한 결말을 보여준다. 아마 본 작의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 없이 에필로그를 말할 것이다.
분명 연출적인 면에서만 본다면 브라더스는 꽤나 뛰어난 작품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플레이하는 내내 브라더스라는 게임을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본 작의 게임 플레이는 스토리나 연출과는 반대로 실망스럽고 불편한 부분이 너무 많다.
일단, 2013년 작품 치고도 인물 그래픽이 과하게 좋지 못하다. 훌륭한 배경 묘사나 따뜻한 색감으로 전체적인 그래픽은 나쁘지 않지만, 게임 시점상 인물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지 인물 그래픽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퀄리티가 너무 조악해, 캐릭터의 얼굴이 클로즈업될 때마다 작품에 대한 몰입감이 확 떨어질 정도였다. 프롤로그부터 바로 캐릭터를 클로즈업해주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첫인상을 망치기에는 딱 좋은 단점이다.
그리고 조작 체계는 그래픽보다도 더 큰 문제가 산재해 있다. 한 명의 플레이어가 형과 동생을 동시에 조작한다는 것이 브라더스의 가장 큰 특징으로, 두 명의 캐릭터를 동시에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다른 게임들과는 조작하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듀얼쇼크를 기준으로 L스틱과 L2는 형에게, R스틱과 R2는 동생에게 배치되어 있다. R스틱을 동생의 이동에 배정한 관계로 일반적으로 R스틱에 카메라를 배치하는 여타 게임들과는 다르게 L1, R1 버튼으로 카메라를 조작해야 한다. 얼핏 보기엔 참신해 보이지만 이 방식은 너무나 불편하고 적응하기 힘들다.
카메라 시점도 자주 변하는데 두 명의 캐릭터를 동시에 이동시켜야 하다 보니 조작자체가 어렵고 헷갈린다. 분명 두 개의 스틱으로 각각의 캐릭터를 조작한다는 발상은 그럴듯할지 모르지만, 막상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자신이 어떤 캐릭터를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더 헷갈리게 만들 뿐이다. 실제로 필자는 게임을 하는 3시간 내내 형이던 동생이던 벽을 향해 움직이거나, 어느 순간 한 명이 손을 놔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을 끝까지 봐야 했다. 기본적인 게임의 조작감부터가 썩 훌륭한 편이 아닌데 두 명을 동시에 조종한다는 콘셉트까지 합쳐지다 보니, 개발사의 새로운 시도는 완전한 실패로만 남게 되었다.
게임에 등장하는 다양한 퍼즐들 역시 완성도가 낮다. 본 작은 위에서 언급했듯 두 명을 동시에 조작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에 게임의 모든 퍼즐이 형제 두 명을 모두 협력시켜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이 특이한 조작과 두 명의 협력이라는 것을 과하게 의식했는지 게임의 난이도를 너무 심하게 줄이고 말았다. 퍼즐의 난이도가 너무 낮은 나머지, 게임 전반적으로 긴장감이나 성취감 자체가 조금도 형성되지 않는다. 두 캐릭터를 동시에 조종하는 퍼즐들이 처음엔 참신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지나고 나면 조작만 귀찮고 머리 쓸 필요도 없는 퍼즐에 3시간 동안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거기에 어떻게든 형제가 함께 해결하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나머지, 억지스러운 전개가 많이 들어간 게 눈에 띈다. 분명 브라더스도 판타지 세계관의 창작물인 만큼 어느 정도의 과장 섞인 전개는 이해해 줄 수 있다. 하지만 형이 자기보다 몇 배는 큰 통나무에 동생을 매달고 절벽을 건너는 모습이나 난간에 매달린 어린 동생의 허리에 줄을 걸고 로프 액션을 펼치는 형을 보고 있으면 당연히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무리 함께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지만, 퍼즐에 대한 최소한의 개연성 정도는 확보하는 게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총평-
뛰어난 연출로도 가리지 못한 불편함
브라더스는 정리하자면 장단점이 정말 극도로 명확한 작품이다. 연출적인 부분에서는 매력적인 성인용 동화를 3시간 분량으로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연출로도 다 가리지 못할 만큼 게임성은 너무나 미숙했다. 못 만들었다고 말할 정도의 작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 있게 권할만한 작품 역시 아니다. 물론 감동적인 연출을 게임성보다 중시하는 게이머라면 해봐도 좋겠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스팀 리뷰 : steamcommunity.com/id/thiepriest/recommended/225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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