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조금 잡것 가득
The Walking Dead: A New Frontier - 볼품없고 난잡한 이야기 본문
* 에피소드 1~5를 모두 플레이한 리뷰입니다.
타이틀명 : The Walking Dead: A New Frontier
출시일 : 2016.12.21(steam, 에피소드 1,2)
개발 : telltale games
플레이한 플랫폼 : PC(steam)
사용 한국어 패치 : https://team-sm.tistory.com/90
'더 워킹 데드:어 뉴 프론티어'는 '더 워킹 데드:시즌 2'의 후속작이자 시즌 3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그래픽을 새롭게 일신했으며 이전까지 등장하지 않았던 캐릭터인 '하비에르 가르시아'를 새로운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 게 특징이다. 그렇다고 전작과의 연관점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시즌 2의 세이브 파일과 연동을 지원하며 전작의 주인공인 '클레멘타인'이 이야기의 주역 중 하나로서 등장한다.
전작으로부터 3년 뒤 출시된 작품인 만큼 그래픽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전반적인 그래픽 품질과 광원 효과가 크게 향상되었으며 캐릭터의 피부 묘사와 같은 디테일 역시 향상되었다. 세부 챕터 선택이 사라진 것을 제외한다면 시즌 2에서 발전시켰던 편의적 요소가 대부분 유지되어 적어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있어 불편한 부분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전체적인 게임이 '가벼워졌다'. 플레이 타임이 크게 줄어들고, 어드벤처 게임의 요소는 이제 흔적조차 남지 않았으며, QTE와 선택 역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전작에 비해 엔딩의 종류가 늘어나고 그 조건 역시 심화되었지만 정작 일반적인 선택지가 가지는 비중이나 영향은 더욱더 줄어들어 엔딩 이전까지의 모든 내용이 완전한 일자 진행에 가까워졌다. 거기에 조작을 요구하는 부분까지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바람에 이젠 정말 진정한 의미의 '감상형 게임'에 가까워졌다. 이러한 변화에는 분명 긍정적인 부분도 존재하지만 캐릭터와 스토리의 핵심이 되는 선택의 분량마저 줄인 건 너무나 치명적인 실수였다. 게임 제작의 측면에서는 분명 수월해졌겠지만 후술할 스토리의 문제점은 대부분이 이 선택의 부족에서 비롯되었다.
본 작의 스토리는 그야말로 '중구난방'이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지만 모든 이야기가 따로 논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단순히 본 작인 주제인 '가족'만을 놓고 보더라도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섞여있다. 하비와 데이비드의 형제애, 하비와 케이트의 불륜 관계, 게이브의 반항, 군인으로서의 데이비드까지 여기까지만 살펴본다 하더라도 고작 6시간 분량의 게임에서 전부 다루기에는 너무 과한 소재들이다.
문제는 이 복잡한 가족 이야기조차 온전히 다루어지지 않으며 주제와 어우러지지 못하고 겉도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 집중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생존자 그룹 '뉴 프론티어'의 파벌 싸움, 트립의 사랑 이야기, 시즌 2 이후 클레멘타인의 행보까지 주제와 연관 없거나 필요 없는 내용이 너무 많아 게임의 스토리가 전체적으로 산만하다. 특히, 트립과 엘레노어의 사랑 이야기는 전혀 극적이지 않고 뜬금없으며 상황과도 어우러지지 못하는 최악의 구성이었다.
시즌 2의 주인공인 클레멘타인을 주역 중 하나로 등장시킨 것 역시 역효과만을 불러왔다. 본 작 스토리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하비와 그의 가족이다. 클레멘타인이 아무리 활약하고 협력한다 하더라도 이들과는 근본적인 목적이 다른 남일뿐이다. 결국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하는 클레멘타인의 이야기가 혼자 붕 뜨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 부분에는 틀림없이 게임 외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이미 시즌 1과 2를 통해 클레멘타인이라는 캐릭터를 깊게 알아왔던 플레이어들이 쉽게 클레멘타인을 외면할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본 작에서 클레멘타인과 연관된 선택지는 대부분 클레멘타인과 새로운 캐릭터 사이에서의 고민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플레이어가 깊게 고뇌할 일은 당연히 없을 수밖에 없다.
캐릭터 구축은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지 못했던 시즌 2보다도 더욱 안 좋아졌다. 짧은 플레이 타임에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욱여넣어 인물들의 행동 근거가 너무나 엉성해졌다. 물론, 모든 캐릭터의 행동에 동기나 근거를 부여해야만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근거지가 습격당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자신에게 도움 한번 준 적 없는 인물을 위해 이유 없이 신뢰를 보내며 행동하는 것은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기본적인 이해관계조차 구축되어 있지 않은 망가진 캐릭터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스토리가 진행될 리가 없다.
메인 악역 역시 끔찍하다. 플레이어의 감정을 후벼 파는 극적인 묘사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강력한 리더십이나 소름 끼치고 잔인한 내면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저 클리셰에 틀어박힌 일차원적이고 평면적인 인물일 뿐이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 역시 단 한 개도 존재하지 않으며, 퇴장마저 극도로 허무하고 의미 없다.
형편없는 악역과 난잡한 스토리, 그리고 엉성한 캐릭터 구축은 '더 워킹 데드 시리즈'가 가진 매력을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이전작들에서 느꼈던 감정적 갈등과 감동은 본 작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메마르고 볼품 없어진,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의미를 완전히 퇴색시키는 나쁜 후속작만이 존재할 뿐이다.
-총평-
본래 가지고 있던 매력을 모두 잃어버린 후속작
새로운 주인공과 일신된 그래픽은 확실히 텔테일 게임즈의 야심 찬 시도였다. 하지만 더 워킹 데드 시리즈는 이야기가 가진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 시리즈다. 이야기의 매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이상 이 작품에는 더 이상의 가치가 없다. 시즌 2 이후 클레멘타인의 행보를 알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이전작들을 정말 재밌게 한 게이머에게도 쉽게 추천할만한 작품은 결코 아니다.
스팀 리뷰 : steamcommunity.com/id/thiepriest/recommended/536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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