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조금 잡것 가득
The Walking Dead - 생존과 인간성 사이의 드라마 본문
* 에피소드 1~5를 모두 플레이한 리뷰입니다.
타이틀명 : The Walking Dead
출시일 : 2012.04.25(steam, 에피소드 1)
개발 : telltale games
플레이한 플랫폼 : PC(steam)
사용 한국어 패치 : https://blog.naver.com/teambackstab/30176900873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텔테일 게임즈의 간판 시리즈인 '더 워킹 데드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일단은 어드벤처 게임을 게임의 장르로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 정통적인 어드벤처 장르와는 굉장히 거리가 멀다. 복잡한 게임 플레이 요소를 대부분 쳐내고 선택지를 통한 연출과 스토리텔링에 집중한 점을 본다면 오히려 어드벤처 게임의 요소가 가미된 퀀틱 드림 스타일의 인터랙티브 무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미국식 드라마에서 강하게 영감을 받은 부분이 작품 곳곳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더 워킹 데드의 장르는 플레이어가 한 편의 드라마를 감상하는듯한 느낌을 주는 '인터랙티브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배제하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더 워킹 데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작품이다. 매 에피소드마다 극단적인 선택을 다수 배치해 이야기의 긴장감을 끊임없이 유지시키면서도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강렬한 경험을 제공한다. 굳이 중요한 선택지가 아니더라도 인물들과의 관계, 대사, 행동에 자잘한 변화를 주는 대화나 선택지가 정말 방대하게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선택한 내용을 기억하고 스토리를 유심히 살펴보기만 해도 매우 재미있다. 거기에 마지막 에피소드의 엔딩은 게임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이 부분은 에피소드 5를 사전 정보 없이 직접 플레이하는 걸 강력하게 추천한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입체적이라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대표적으로 주인공인 '리 에버렛'만 살펴봐도 씻을 수 없는 자신의 과오에 대해 고민함과 동시에 우연히 만난 소녀인 '클레멘타인'을 보호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이 옳은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한다. 그리고 좀비 사태로 인해 모든 게 멸망한 극한의 상황 속에서 그룹원들의 생존과 인간성 사이에서의 고민이 지속적으로 제시된다. 그룹원들의 성격 역시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이기 때문에 그들이 제시하는 선택지에서도 꽤나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절망적인 세계관인 만큼 리에게 적대적이거나 호감을 가지기 어려운 등장인물도 다수 등장한다. 하지만 그만큼 그들 나름의 생각과 고민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언제나 선택에 대한 플레이어의 고민을 한층 더 깊게 만들어준다.
입체적인 캐릭터, 진행할수록 더더욱 깊어지는 이야기, 완벽한 엔딩, 그리고 플레이어를 고뇌하게 만드는 선택지들까지, 더 워킹 데드는 훌륭한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모든 걸 갖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와 연출에 있어서는 흠잡을 부분이 거의 없다. 다만,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이 작품의 매체가 '게임'이라는 점이다.
아쉽게도 본 작의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썩 좋지 못하다. 불편한 요소가 게임 곳곳에 산재해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끔찍한 카메라와 조작이 있다. PS1 시절을 연상시키는 에리어 방식의 고정 카메라와 리의 뻣뻣한 움직임은 너무나 불편하다. 본 작이 2012년에 출시되었다는 걸 감안하면 가히 형편없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다.
편의성 면에서도 신경 쓰지 않은 부분이 많다. 대화는 빨리 넘기기나 스킵이 아예 불가능하며, 선택지가 나오는 중엔 대화의 자막 표시가 중단되는 것 역시 매우 거슬린다. 매 에피소드 종료마다 나오는 스탭롤의 스킵이 불가능하다는 점 역시 소소하게 거슬리는 부분이다.
스토리와 연출을 제외한 게임성 자체만을 놓고 봐도 냉정하게 말해서 기준 미달이다. 위에서 언급한 극단적인 선택지들은 스토리를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 물론, 잊히는 선택지가 거의 없이 조금씩이라도 스토리에 꾸준히 반영된다는 것은 틀림없는 강점이다. 하지만 그 영향이 너무 미약한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문제다.
죽을 사람은 결국 죽고, 살 사람은 결국 산다.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아도 그룹에 잔류할 사람은 남고, 정말 친하게 지내더라도 떠날 사람은 떠난다. 분명 선택지에 따른 자잘한 변화는 방대하게 준비되어 있는데, 막상 큰 흐름의 변화는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극도로 선형적인 게임이라는 게 문제다. 엔딩 역시 매우 뛰어나긴 하지만 준비된 엔딩이 단 한 가지뿐이다. 그래서 다시 플레이를 했을 때 이 사실을 알게 된 플레이어가 느끼게 되는 건 결국 자신의 선택보다도 제작진이 정해놓은 이야기가 더 우선되었다는 허탈함 뿐이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일부만 남아있는 어드벤처 게임의 요소 역시 게임의 완성도를 낮추는 역효과만 야기했다. 답답한 조작으로 대놓고 주는 힌트에 따라 아이템을 찾고 퍼즐을 해결하는 건 전혀 재미있지 않다. 모든 퍼즐을 게임에서 정해주는 대로만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해결 방식도 대단히 작위적이고 몰입감을 해치기만 한다. 차라리 그 해결 과정은 완전히 컷신으로 대체하고 일부 조사와 선택적 대화 정도만을 플레이어의 자유로 풀어주는 게 게임의 완성도에는 훨씬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본편 외의 DLC인 400 데이즈는 완성도가 처참하게 낮다. 분량도 짧고, 캐릭터도 매력 없고, 스토리도 재미없고, 후속작인 시즌 2와의 연동 요소도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도전과제가 목적이 아닌 이상 구입하지 않는 것을 강력하게 권장한다.
단점이 매우 많이 존재하고, 실제로도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게임을 놓고 보았을 땐 결국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에피소드를 진행하면 할수록 지루해지긴커녕 오히려 더욱 몰입되는 멋진 구성이 일품인 작품이다. 리플레이 가치가 낮아 여러 번 플레이하는 건 권하고 싶지 않지만 한 번 정도는 쭉 플레이해보길 권장하고 싶다. 그야말로 텔테일 스타일 스토리텔링의 정수가 담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총평-
불편함을 감수할만한 가치 있는 드라마
끔찍한 조작감과 카메라만 극복해낸다면 스토리텔링을 중시한 게임으로서는 최고의 작품이다. 스토리를 중시한 작품들이 마무리가 허술해지는 경우가 정말 많지만 본 작은 마지막까지 훌륭한 이야기를 선보여냈다. 그래픽이나 게임성보다도 스토리를 중시하는 게이머에겐 최고의 경험이 될 수 있을만한 작품이다.
'게임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Walking Dead: A New Frontier - 볼품없고 난잡한 이야기 (0) | 2020.07.30 |
---|---|
The Walking Dead: Season Two - 황무지 속 성장기 (0) | 2020.07.28 |
GRIS - 공허한 그림 (0) | 2020.07.25 |
네모바지 스폰지밥: 비키니 시티의 전쟁 리하이드레이티드 - 팬만을 위한 선물 (0) | 2020.07.22 |
Heavy Rain - 구멍 난 드라마 (0) | 2020.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