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조금 잡것 가득
The Walking Dead: The Final Season - 안녕, 클레멘타인 본문
* 에피소드 1~4를 모두 플레이한 리뷰입니다.
* 스토리에 대한 약간의 누설이 있습니다.
타이틀명 : The Walking Dead: The Final Season
출시일 : 2018.08.14(steam, 에피소드 1)
개발 : telltale games(에피소드 1,2), skybound games(에피소드 3,4)
플레이한 플랫폼 : PC(steam)
사용 한국어 패치 : https://www.team-freestyle.com/single-post/TheWalkingDead4
2012년, 텔테일 게임즈에서 출시한 '더 워킹 데드'는 전 세계의 게이머들을 감동시키며 흥행과 비평 모두 최고의 성공을 거뒀다. 더 워킹 데드를 통해 급성장한 텔테일 게임즈는 '더 워킹 데드 시리즈'는 물론, '더 울프 어몽 어스', '왕좌의 게임'등을 비롯한 수많은 유명 IP 기반 작품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된 게임성과 과도하게 남용된 게임 스타일은 유저들의 외면을 불러오고 말았으며, 결국 텔테일 게임즈는 몰락의 길을 걷고 만다. 그리고 그 끝을 장식하는 최후의 작품으로서 '더 워킹 데드 더 파이널 시즌'이 발매되었다.
즉, 이 작품은 그야말로 장장 7년에 걸친 시리즈의 종착점이자 한때 촉망받던 게임사의 피날레라고 할 수 있다. 텔테일 게임즈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주인공으로서, '클레멘타인'은 드디어 기나긴 여정의 마지막에 다가간다.
시즌 2 이후 오랜만에 주인공으로 돌아온 '클레멘타인'은 '리 에버렛'에게 보호받던 시즌 1과는 완전히 반대의 입장에 놓였다. 알빈 주니어(이하 AJ)는 분명 스스로 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AJ가 자란 환경은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 식량은 늘 부족하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 건 일상이다. 제대로 된 교육은 당연히 기대할 수도 없으며 글을 읽는 법조차 낡고 헤진 잡지책을 읽으며 연습해야 한다.
하지만 험난한 환경보다도 더 클레멘타인을 괴롭게 만드는 건 AJ의 도덕성이다. AJ는 순수하다. 법이 존재하지 않는 황무지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그리고 AJ는 언제나 의문을 가진 채 클레멘타인이자 플레이어인 존재에게 질문한다. 악인을 죽이는 것이 어째서 허용되기 어려운 것인지, 클레멘타인의 살인과 자신의 살인에 어떠한 차이점이 존재하는 것인지,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아이는 클레멘타인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온다.
이처럼 파이널 시즌에서는 수많은 철학적, 도덕적 의문이 제시된다. 죽음 뒤엔 무엇이 기다리는가? 죽음은 과연 구원이 될 수 있는가? 세상이 멸망했다면 살인의 개념은 변하는가? AJ를 비롯한 여러 캐릭터를 통해 제시되는 의문들은 분명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나 행동을 플레이어가 제시할 때마다 AJ는 영향을 받는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속죄의 의미를 알지 못한 채 살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무자비한 아이가 될 수도 있으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알지 못했던 감정을 알아가는 아이가 되기도 한다.
본 작에서의 선택지는 전작이었던 '어 뉴 프론티어'나 '미숀'과 다르게 확실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의미 있는 선택의 가짓수가 크게 늘어났으며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생존 여부가 변하는 캐릭터가 시리즈 중 가장 많아졌다. 특히, AJ의 행보와 성격은 플레이어의 선택이 가장 확실하게 반영되는 부분이다. 여전히 이야기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선택지가 많은 건 아쉽지만, 적어도 플레이어의 선택만큼은 캐릭터들에게 확실하게 기억된다.
이번 스토리의 주제는 바로 '집'이다. 클레멘타인은 AJ에게 입버릇처럼 함께 살아갈 집을 찾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집은 단순한 장소적 개념이 아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휴식과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안식처야말로 이들이 말하는 집이다. 그리고 이 둘은 아주 우연한 계기로 버려진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에릭슨 기숙학교'에 방문하게 된다. 넓고 아늑한 시설과 오랜만에 만난 또래 아이들에 동질감과 친밀감을 느끼며 그곳을 새로운 집으로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둘의 이야기가 파이널 시즌의 핵심 스토리다.
파이널 시즌은 역대 시리즈 중 가장 규모가 줄어들었다. 매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지역으로 무대가 옮겨가던 기존 시리즈와 다르게 오로지 에릭슨 기숙학교와 그 주변의 지역만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마 제작비 절감의 차원에서도 이유가 있었겠지만 이러한 규모의 축소와 집중은 배경이 단조롭다는 단점만 제외한다면 꽤나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냈다. 장소의 집중은 이야기의 주제와 일맥상통하며 장소의 이동이 줄어든 만큼 캐릭터들과의 관계도 조금 더 집중되어 조명된다.
에릭슨 기숙학교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이들을 보호하고자 클레멘타인과 AJ는 노력한다. 이 과정 속에서 캐릭터들과의 유대감이 형성되며 좀 더 풍부한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다. 본 작의 캐릭터들은 특별히 개성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전작들에 비하면 훨씬 납득 가고 매력적으로 만들어졌다. 더 이상 억지스러운 갈등 유발을 위해 급격하게 성격이 변하지도 않으며, 행동의 동기 역시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된다.
본 작의 장르는 여전히 일자 진행형 인터랙티브 드라마의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파이널 시즌의 세부적인 게임 플레이는 시리즈 중 가장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그래픽은 '어 뉴 프론티어'보다도 더욱 발전했으며, 시리즈의 고질적 문제였던 낡은 고정 카메라 방식이 드디어 현대 TPS의 3인칭 자유 카메라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전투도 더 이상 QTE로 점철된 컷신이 아닌 캐릭터를 직접 움직이고 싸우는 그럴듯한 모습을 갖추었다. 거기에 맵 크기는 작지만 시즌 3에 비해 소소한 조사나 대화 요소가 늘어났으며 맵 곳곳에 숨겨진 수집품이 존재하는 등 이젠 정말 확실하게 '게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대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크게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으며, 이렇게 개선된 게임 플레이마저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하는 구간이 매우 적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가지지는 못했다. 게임의 규모가 축소되며 게임 플레이도 함께 줄어든 느낌이지만 시즌 1 때 실패했던 어드벤처 게임풍 퍼즐 요소를 본 작에서 다시 시도했다면 조금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게임의 전반적인 연출은 뛰어났지만 가장 아쉬웠던 건 오히려 결말이다. 결말의 내용이 크게 나쁜 건 아니지만 결말을 위해 무시된 설정으로 인해 기존 스토리와 큰 모순이 생기고 말았다. 결말이 주는 감동에 비해서 시리즈를 즐겨왔던 팬들에게는 큰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찝찝한 내용이었다.
그래도 본 작이 시리즈의 훌륭한 마무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모든 시리즈를 즐긴 팬이라면 파이널 시즌을 플레이하는 내내 인상 깊은 순간이 정말 많을 것이다. 스토리, 연출, 캐릭터, 게임성 등 모든 부분에서 전작보다 확실한 발전을 이루어냈으며 매 장면 하나하나가 플레이어에게 강렬한 인상을 전달한다. '더 워킹 데드 더 파이널 시즌'은 시리즈를 사랑해온 팬들에게 바치는 최고의 헌사이며 텔테일 게임즈가 전하는 작별 인사라고 할 수 있다.
-총평-
팬들에게 전하는 감동적인 작별 인사
'더 워킹 데드' 시리즈가 거쳐온 7년의 여정은 훌륭하게 마무리되었다. 비록 모든 시리즈가 좋은 작품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결말에 해당하는 이 작품만큼은 팬들에게 있어 좋은 선물로 남을 것이다. 시즌 1과 2를 재밌게 즐긴 게이머라면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하는 작품이다. 그만큼 파이널 시즌은 감동적이고 여운이 남는 마무리였다.
스팀 리뷰 : steamcommunity.com/id/thiepriest/recommended/866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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