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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조금 잡것 가득

Spiritfarer - 뱃사공은 오늘도 일한다 본문

게임 리뷰

Spiritfarer - 뱃사공은 오늘도 일한다

시프리스트 2020. 10. 21.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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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명 : Spiritfarer

출시일 : 2020.08.18(steam)

개발 : Thunder Lotus Games

플레이한 플랫폼 : PC(steam)

공식 한국어화

 


 그리스 신화 속 저승의 뱃사공 카론. 그는 어린 소녀인 '스텔라'와 그녀의 고양이인 '대퍼딜'에게 뱃사공 자리를 물려주고 떠난다. 새로이 저승의 뱃사공이 된 스텔라와 대퍼딜은 전승에 따라 현세와 내세 사이를 흐르는 강을 건너며 동물의 형상을 취한 채 떠도는 영혼들에게 뱃삯을 받고 그들을 명계로 인도해야만 한다. 물론, 신화 속에서 1 오볼을 받으면 정말 강만 건너게 해 주던 카론과 다르게 스텔라는 같은 금액을 받고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말이다.

 

영혼들을 인도하는 감동적인 이야기

나만의 배를 만드는 경영 게임일까...?

 Spiritfarer(이하 스피릿페어러)는 그리스 신화의 저승에서 모티브를 얻은 메트로배니아 겸 2D 플랫포머 겸 시뮬레이션 게임 겸 비주얼 노벨이다. 사실 이 작품의 장르를 명확하게 정의하려 하는 것은 정말 무의미한 행위다. 그만큼 다양한 장르의 게임 플레이가 한데 섞여 있으며 그 모든 게임 플레이는 훌륭하게 어우러져 있다.

 

 맵을 밝혀가며 새로운 능력을 얻고 못 가던 구역을 진행하는 것은 매트로배니아의 느낌이 들지만, 배 위에 다양한 시설을 배치해가며 작물을 기르고 돈을 버는 것은 '하베스트 문'류의 경영 시뮬레이션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다양한 장르 중에서도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시작과 끝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비주얼 노벨이다. 그만큼 스피릿페어러는 다른 무엇보다도 캐릭터들이 가진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으며 이 특유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확실히 감동을 잘 전달하고 있다.

 

승객들과의 단란한 시간

 스피릿페어러에서의 만남과 이별은 정말 특별하다. 배로 저승의 강을 항해하며 새로운 섬에 정박해 새로운 영혼을 만나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며 가끔은 정말 예상하지 못한 만남이 이루어지곤 한다. 특히, 개구쟁이 '스탠리'와의 첫 만남은 정말로 독특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이런 만남을 통해 배에 올라탄 승객들은 하나같이 개성 있고 사랑스럽다. 모든 승객들은 기분에 따라 각자의 고유한 액션을 취한다. 기분이 좋다면 스텔라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기도 하고 기분이 나쁘다면 다른 승객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자면 배불뚝이 개구리 아저씨인 '아툴'은 비가 오면 아이처럼 신나 하고, 기분이 좋을 때는 사랑스러운 춤을 추며 음악을 연주하곤 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붉은 새인 '구스타브'는 자신의 부리로 스시를 만들어 승객들에게 대접하기도 하고, 바람둥이 수사자인 '조반니'는 다른 승객이 모두 일어나 있는 대낮에 홀로 느긋하게 소파에 누워있곤 한다. 이처럼 모든 승객 한 명 한 명의 캐릭터성이 정말 잘 살아있으며 이들과 함께 드넓은 강을 항해하는 것은 정말 즐겁게 느껴진다.

 

이별의 순간은 언젠가 찾아온다.

 하지만 만남이 있다면 이별도 있는 법. 스텔라와 대퍼딜의 사명은 어디까지나 이들을 명계로 인도하는 것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별하는 법을 배우고 이별에 대비해야만 한다. 모든 승객은 각자 살아생전에 가지고 있던 사연이 있으며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모든 소망을 이루어주면 이들은 마침내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만남이 제각기 다르듯 이들의 이별도 모두 다르고, 아름다운 음악 속에서 마지막에 남기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플레이어의 심금을 울린다. 필자는 '아툴'과 '앨리스'와의 이별이 정말 감동적이었으며 가슴 한편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후반에 만나는 영혼일수록 그 서사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브루스&미키'나 '엘레나'처럼 게임의 후반부에 만나는 캐릭터들은 성격은 여전히 개성 있지만 가지고 있는 이야기나 퀘스트의 깊이가 초반부에 만나는 캐릭터들에 비해서 다소 얕아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영혼들 이외에도 후반부 맵인 바위 구역의 섬들이 대부분 똑같이 생겼다던가 최후반부 맵인 안개 구역의 섬이 너무 적다던가 하는 식으로 전반적인 작품의 마무리가 매우 아쉽다는 인상을 받았다.

 

갑판 위 노동은 생각보다 더 고달프다.

까다로운 입맛의 승객들

 캐릭터들이 인상적이라는 이야기를 앞서 하긴 했지만 사실 엔딩까지 20시간이 넘는 본작의 게임 플레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스토리를 보는 것이 아닌 '노동'이다. 배의 승객들은 매우 까다로운 고객들이며 이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인 모드를 염두에 두고 게임을 설계한 것인지는 몰라도 다른 플레이어가 대퍼딜을 조종하지 않는 상태에서 스텔라만을 조종해 모든 일을 수행하는 것은 정말로 힘들고 고달프다.

 

 다른 무엇보다도 승객들의 행복도를 높게 유지시키는 것이 매우 까다롭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모든 승객은 조금만 배고파도 행복도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시간 날 때마다 승객들의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며 제때 식사를 제공해야만 한다. 그 와중에 캐릭터마다 각자 다른 입맛을 가지고 있으며 편식을 심하게 하기 때문에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또 어떤 음식을 거부하는지 직접 여러 음식을 제공해가며 조사해내야만 한다. 설상가상으로 이 까다로운 고객님들은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더라도 같은 음식을 두 번 연속 먹는 것을 무조건 거부한다.

 

쉴 새 없이 포옹을 해야 한다.

 불편한 편의성은 행복도 관리의 스트레스를 더욱 배가 시킨다. 대부분 승객들은 따뜻한 교감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일정 시간마다 포옹을 한 번씩 해주어야만 한다. 하지만 식사와 마찬가지로 어떤 승객에게 포옹 효과가 남아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모두 수동으로 이루어진다. 더군다나 줌아웃 기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좁은 시야를 가지고 드넓고 높은 갑판에서 승객들의 위치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꽤나 귀찮은 일이다. 배고픈 상태나 포옹이 필요한 상태를 좀 더 직관적으로 쉽게 알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놓았다면 게임이 훨씬 쾌적해졌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개인용 집을 지어주고, 꼬박꼬박 식사를 제공하고, 시간 날 때마다 안아주고, 마음에 들지 않는 승객을 명계로 보내주면 대부분의 승객은 행복한 상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행복도 관리는 본작의 가장 기본적인 관리에 지나지 않는다. 승객들의 행복도 관리를 완벽하게 수행하면서도 승객들이 주는 퀘스트, 농장 관리, 가축 관리, 자원 가공, 낚시, 요리 등등을 동시에 진행해야만 모든 승객이 행복한 상태로 불편함 없는 쾌적한 항해를 할 수 있다.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자.

 승객들을 관리하고, 섬에 상륙해서 자원을 채취하고, 배의 시설들을 관리하다 보면 순식간에 새벽이 되어 있을 것이다. 만약 승객들의 행복도를 중요시 여기고 한시라도 빨리 승객들의 퀘스트를 마치고 싶은 게이머라면 이때 조금의 휴식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새벽은 항해를 계속할 수는 없지만 자고 있는 승객들의 행복도를 관리해 줄 필요도 없기 때문에 밀린 일을 처리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퀘스트나 배를 업그레이드하는데 필요한 목재나 광석을 가공하고 승객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종류별로 미리 준비해두자. 이렇게 새벽 내내 열심히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승객들이 일어날 시간이 되고 그러면 다시 배의 시동을 걸고 식사를 주고 포옹을 해주는 고된 하루가 시작된다. 이처럼 승객들의 행복과 원활한 퀘스트 수행을 중요시 여기는 게이머에게 스피릿페어러는 여유 따위는 사치인 저승 노동의 진정한 맛을 보여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모든 노동을 빨리빨리 하도록 강요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언제나 밭에는 작물이 심어져 있고 오븐은 요리를 하고 있도록 최대의 효율만을 따지며 게임을 즐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큰 지장이 생기지는 않는다. 승객들의 행복도가 매우 낮고, 식재료 창고는 텅텅 비고, 돈이 한 푼도 없더라도 큰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승객들의 불행은 크게 상관없고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할 일을 외면하고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게이머라면 꽤나 느긋한 진행이 가능할 것이다.

 

피로감을 유발하는 게임 구조

새로운 시설을 지어도 변화가 생긴다는 느낌이 없다.

 쉴 새 없이 펼쳐지는 갑판 위의 노동까지는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게임의 구조 자체가 지루함과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스피릿페어러는 너무 '느리고 반복적이다'. 본작은 자유도 높은 게임이 아니다. 선상 시설의 배치는 자유롭지만 스토리에 필수적인 시설만을 배치하는 것도 빡빡한 데다가 경제 활동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승객들의 퀘스트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주된 게임 플레이가 된다. 

 

 하지만 퀘스트를 수행하는 그 과정이 다채롭지 못하다. 새로운 퀘스트와 배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늘 새로운 자원이 필요하다. 단적인 예로 나무 자원만 본다 하더라도, 단풍나무를 구했으면 그다음에는 참나무가 필요하고, 똑같이 다음에는 물푸레나무가 필요하고, 게임의 마지막에는 소나무가 요구된다. 오로지 퀘스트만을 위해서 이름과 아이콘만 바꾼 자원들을 얻으러 다니며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것에서 무슨 재미를 느껴야 할까?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반복되는 게임 플레이에 변화를 주기는커녕 해야 하는 일만 계속 추가한다는 점이다. 본작에서는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처음 배우는 낚시부터, 밭, 과수원, 제재소, 닭장, 목장, 양 우리, 용광로, 대장간, 파쇄기, 풍차 등등 수많은 시설을 게임 끝까지 직접 작동시켜야만 한다. 따라서 게임을 진행하며 새로운 영혼을 만나고, 새로운 자원을 얻고, 배를 업그레이드해서, 시설을 늘리면 늘릴수록 편리해지기는커녕 해야 하는 일만이 무궁무진하게 늘어난다. 게임 초반부터 밭에 물을 줬다면 후반부에도 그대로 물을 주고 있어야 한다. 기존에 하던 일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일만이 겹겹이 쌓이는 구조는 결코 긍정적이지 못하다.

 

해파리 미니게임은 정말 끔찍하게 재미없다.

 이렇게 새롭게 생기는 일이 재미라도 있었다면 기존 일에 변화가 없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재미마저 없다는 점이다. 본작의 미니게임은 크게 두 종류가 있으며 선상의 시설에서 진행되는 것과 지도상의 특정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나뉜다. 선상 미니게임은 타이밍 맞추기, 위치 조절하기, 버튼 연타하기 정도의 간단한 조작으로만 이루어져 있지만 소모되는 시간이 과하게 길다. 20개의 양털을 전부 털실로 가공하고 싶다면 20번을 그대로 미니 게임을 해야 한다. 5개의 광석을 제련하고 싶다면 용광로 앞에서 풀무를 열댓 번을 사용해야 한다. 이런 단순 작업은 처음엔 조금 재밌을지 몰라도 열 번 스무 번 수백 번을 반복하다 보면 당연히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가장 끔찍한 점은 이런 미니게임을 요구하는 시설이 배 위에 5개나 들어선다는 점이다.

 

 갑판에서 하는 미니게임도 전혀 다르지 않다. 새로운 맵이 열리면 새로운 미니 게임이 등장하지만 대부분은 갑판에 랜덤으로 흩뿌려지는 운석, 곤충, 번개 등을 모은다는 틀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다. 겉모습만 다르고 게임 플레이는 거기서 거기인 미니 게임들만 늘어나는 것은 결국 또 일거리가 늘어난다는 것만을 의미한다. 특히, 진행상 가장 처음 만나게 될 해파리 잡기 미니 게임은 정말 끔찍한 재미를 자랑하지만 진행을 위해서 반드시 여러 번 플레이해야만 한다는 점이 슬프게 느껴질 뿐이다.

 

물 주는 것도 세월아... 네월아...

 특유의 그래픽이 작품의 템포를 늦춘 느낌도 있다. 스피릿페어러의 그래픽과 음악은 틀림없이 흠잡을 곳 없는 수준으로 뛰어나다. 색감도 좋고 애니메이션도 부드럽다. 하지만 'GRIS'를 연상시키는 고프레임의 부드럽고 풍부한 애니메이션은 스피릿페어러의 큰 장점임과 동시에 작은 약점이기도 하다. 스텔라의 애니메이션이 너무 풍부하게 만들어진 나머지 모든 활동의 시간이 필요 이상으로 지체된다.

 

 물을 주기 전에 물뿌리개를 만들어 내고, 오븐을 열기 전에 오븐 장갑을 만들어내고, 나무를 패기 전에 톱부터 만들어 낸다. 비록 1~2초 정도의 짧은 순간이지만 실시간으로 시간이 흘러가고 수많은 반복 작업이 이루어지는 게임에서 이런 필요 없는 모션이 곳곳에 들어가 있는 것은 확실히 거슬린다. 섬세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고 확실히 애니메이션의 풍부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게임 플레이의 방향성과는 다소 어긋나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총점-

 

6/10


 

 스피릿페어러는 게이머의 성향에 따라 매우 다른 경험을 하게 될 작품이다. 아름다운 그래픽과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은 확실히 뛰어나고 잔잔한 감동을 선사해 주지만, 과하게 반복적이며 사람을 하여금 지치게 만드는 게임 플레이는 게이머에 따라 너무 힘겹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른 무엇보다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중요시 여기는 게이머라면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에 추천할 만하지만, 반대로 자유도 높은 경영류 게임이나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팀 리뷰 : steamcommunity.com/id/thiepriest/recommended/972660/

 

Steam Community :: 시프리스트 :: Review for Spiritfarer

뱃사공은 오늘도 일한다 (총점 6/10) 그리스 신화 속 저승의 뱃사공 카론. 그는 어린 소녀인 '스텔라'와 그녀의 고양이인 '대퍼딜'에게 뱃사공 자리를 물려주고 떠난다. 새로이 저승의 뱃사공이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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