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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조금 잡것 가득

The Quiet Man - 소리 따윈 집어치워 본문

게임 리뷰

The Quiet Man - 소리 따윈 집어치워

시프리스트 2020. 10. 26.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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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명 : The Quiet Man

출시일 : 2018.11.02(steam)

개발 : Human Head Studios, Square Enix

플레이한 플랫폼 : PC(steam)

공식 한국어화

 


 우리는 사실 잘 몰랐지만 21세기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정말 쉬운 시대일지도 모른다. 스퀘어 에닉스 정도의 대기업 아래에서 최소한의 검수조차 거치지 않은 듯한 게임이 멀쩡히 출시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저 독특해 보이기 위해서, The Quiet Man(이하 더 콰이어트 맨)은 주인공을 청각장애인으로 설정하고 작품의 모든 소리를 지워버린다는 경이로운 결단을 내렸다. 필자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혹시 또 모르는 일이다. 미래에는 주인공을 시각장애인으로 설정해 화면을 암전 시키고 돈을 받는 게임이 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튀려고 소리를 없애는 게임이 있다?

청각장애 설정을 가진 주인공 '데인'

 더 콰이어트 맨의 가장 큰 특징은 소리가 없다는 점이다. 주인공 '데인'에게 청각장애를 겪고 있다는 설정을 부여하고 컷신은 물론, 모든 게임 플레이에서 소리를 지워냈다. 소리가 없는 상황에서 플레이어에게 스토리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일반적인 게임보다도 연출에 훨씬 더 많은 공을 들여야만 한다. 하지만 본작에서는 그런 고민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컷신은 그저 일반적인 대화 장면에서 소리만 지운 수준이며 청각 장애인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나 그들이 겪는 불편함에 대한 고심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즉, 본작의 무음 연출과 청각 장애라는 설정은 단순히 멋있어 보이기 위해서 고른 결정에 불과하며 이는 매우 모욕적이고 저급하게 느껴진다.

 

 게임적으로 살펴봐도 문제점이 많다. 앞서 말했듯이 본작에서는 소리 없이 원활하게 스토리를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을 아예 들이지 않았다. 캐릭터들이 하루 종일 입만 벙긋거리는 컷신을 감상시키고 주먹으로 적을 때려도 타격음조차 나오지 않는 허접한 게임 플레이를 플레이어에게 강요한다. 이는 당연히 끔찍하게 지루하기 때문에 컷신을 감상하면서도 수십 번은 게임을 꺼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지만, 이 형편없는 작품은 챕터 중간에 저장하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게임을 마음대로 종료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입을 안 봐도 대사를 알아듣는 주인공

 거기에 더 콰이어트 맨의 연출은 모순적이다. 캐릭터들의 모든 대사가 신시사이저 사운드로 대체되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하루 종일 기분 나쁜 소리만을 들으며 이해할 수 없는 컷신을 감상해야만 한다. 하지만 막상 데인은 독순술을 익힌 것인지 독심술을 익힌 것인지는 몰라도, 입술을 아예 쳐다보지 않은 상태에서도 모든 의사소통을 완벽하게 해내며 장애로 인한 불편함을 전혀 겪지 않는다. 그럼에도 플레이어에게는 데인이 이해한 대사에 해당하는 자막조차 보여주지 않고 윙윙 거리는 기분 나쁜 효과음만을 지속적으로 들려줄 뿐이다. 즉, 본작은 데인의 시점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소리가 없는 것에는 어떻게든 눈에 띄는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겠지만 다른 하나의 이유가 더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게임을 한 번 더 플레이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본작은 한 번 엔딩을 본 다음에는 소리가 나오는 버전으로 똑같은 게임을 다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데인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체험하기 때문에 소리가 지워진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스토리를 감추고 한 번 더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소리가 지워진 것이다. 결국 제작진들은 자신들의 오만하고 쓸데없는 아이디어를 강요하기 위해 게이머를 우롱하고 있을 뿐이다.

 

기본조차 안된 게임

적어도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평생 게임을 해본 적이 없는 게 틀림없다.

 더 콰이어트 맨은 그 편의성부터가 남다르다. 2010년대 게임이라면 대부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을 요소들이 이 작품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조작법 설명, 시스템 설명, 메인 메뉴로 돌아가기, 키 배치 변경, 진행을 위해 눌러야 하는 버튼 안내, 컷신 스킵, 알아보기 쉬운 주인공의 체력 상황, 합리적인 체크포인트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요소들이 결여되어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은 조작법 설명이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전투가 시작되면 십중팔구 당황하게 될 것이다. 본작은 간단한 설명 한 줄 조차 없이 플레이어를 곧바로 전투 상황 속으로 내던져버린다. 그렇다면 조작법 설명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그 답은 바로 일시정지 버튼에 있다. 게임을 일시 정지하면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수준의조악한 조작법 설명창이 그 고고한 자태를 드러낸다. 조작법 설명창에서도 당연하다는 듯이 단 한 줄의 텍스트조차 없다. 버튼을 누르면 그 버튼에 배정된 기술을 알아보기도 힘든 네온사인 그림으로 보여주는 방식은 어떤 개발자가 생각한 것인지는 몰라도 허접하다는 말 이외에는 표현이 불가능하다.

 

컷신이 끝나고 3초 걸으면 컷신이 또 나온다. 우와 정말 데단해!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 이야기로 넘어가면 한층 더 참담해진다. 더 콰이어트 맨의 게임 플레이는 컷신-전투-컷신-전투의 무한 반복이다. 자유도가 일절 존재하지 않는 일방통행형 게임으로, 타 작품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간단한 수집 요소조차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스킵이 불가능한 컷신을 감상하는 것과 전투 이외에는 즐길 거리가 아예 없다. 이런 일방통행형 작품에서는 일반적으로 단조로움을 타파하기 위해서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거나 기존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해주는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본작에는 그런 최소한의 노력조차 없다.

 

 그렇다면 퍼즐은 존재할까? 놀랍게도 존재한다. 본작에서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현재 위치에서 다음 구역으로 2~3초 정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의미 불명의 구간이 나온다. 컷신이 끝나고 등장하는 이 의미 불명의 구간에서는 3초 동안 걷고 나면 또다시 컷신이 나오는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패드에 진동이 오고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는 위치에 가서 버튼을 한 번 누르면 게임이 진행되는 놀라운 퍼즐 역시 등장한다. 3초 걷기와 소리 듣고 버튼 누르기라는 이 어마어마한 퍼즐은 아마 20년 전 작품에서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전투마저 쓰레기 같다.

이게 전투가 시작되고 양옆에서 적들이 다가오는 상황이다.

 결국 더 콰이어트 맨을 구성하는 것은 오로지 '전투'와 '컷신' 뿐이다. 하지만 본작은 이 두 가지마저도 눈뜨고 봐주기 힘든 완성도를 자랑한다. 일단 총체적 난국인 전투 시스템을 살펴보겠다. 가장 큰 문제점은 과장 하나 안 보태고 1990년대 게임만도 못한 카메라다. 이 끔찍한 카메라는 시점 이동이 아예 불가능한 데다가 배치가 너무 허술한 나머지 오브젝트가 화면을 가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적이 캐릭터의 옆에 있는지 혹은 뒤에 있는지 알 방법이 아예 없으며 시야 밖에서 공격해 오는 적에 대한 경고 표시조차 없다. 거기에 제작진은 이 정도 방해로는 부족했는지 회상 장면을 게임 플레이 화면과 수시로 겹쳐 내보내는 기괴한 연출을 통해 불편함을 한층 더 배가시켜준다.

 

 전투 자체도 엉망진창이다. Beat'em Up 장르의 게임 플레이를 만들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적인 설계가 제대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플레이어의 공격은 단 한 명의 적만을 타격할 수 있지만 적들의 체력이 무척 많고 락온 시스템도 부정확하기 때문에 원하는 적을 때리지도 못하고 적들에게 순식간에 둘러싸이기 일쑤다. 체력 게이지나 명확한 피격 효과도 없어서 적에게 맞고 있는 건지, 적을 때리고 있는 것인지 알기가 어렵고 적들의 공격 모션도 불편한 카메라 때문에 구분하기가 어렵다. 

 

이 손날치기만 알면 게임을 거의 마스터 한 거다.

 벽 공격이나 잡기 같은 잡다한 기능이 많은 것 같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게임 내에서 설명이 '아예' 없기 때문에 그러한 시스템이 정말로 존재하는 것인지, 또 무슨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는 알 턱이 없다. 사실 게임에서 알려주지 않는 기능 중 가장 유용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화면에 파란빛이 나올 때 L2 버튼을 누르면 돌입하는 집중 모드(이마저도 도전과제로 이름을 알아냈다.)에서 강공격을 하는 것이다. 이 기능은 무적 상태가 된 다음 적과 자신을 임의의 위치로 순간이동시키고 적을 강제로 다운시킨다는 말도 안 되는 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에, 이 기능만 알아도 게임의 90퍼센트는 클리어가 가능하다. 나머지 하나는 저스트 회피 후 반격하는 기능이다. 중간 보스는 이 기능을 사용해야만 클리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나머지 10퍼센트를 위해서는 이 기능을 어떻게든 찾아내야만 한다.

 

유치원생도 이렇게는 안 싸울 거 같은 공격 모션

 이렇게까지 전투가 처참하다면 하다못해 보는 맛이라도 있어야 하겠지만, 그런 기대마저 당연하다는 듯 걷어차버리는 게 바로 더 콰이어트 맨이다. 격투 모션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다 나올 지경으로 엉망진창이며 만화적 과장으로 가득 찬 테이크다운 모션은 유치하기 짝이 없다. 버그 역시 너무나 많아서 캐릭터끼리 몸을 뚫고 나가거나 허공에서 테이크다운을 하는 상황은 일상처럼 매우 많이 일어난다. 이런 쓰레기 같은 격투 액션에 소리마저 없다는 것이 그저 하나의 거대한 재앙처럼 느껴질 뿐이다.

 

당신들은 영상도 만들 줄 모릅니까?

최고의 명대사 "What, the hell, man? You stupid or very stupid?"

 소리가 없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지는 본작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실사 영상의 활용이다. E3 2017에서 더 콰이어트 맨이 처음 공개되는 순간부터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워지던 이 부분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쓰레기 같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제작비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인지는 몰라도 눈에 띌 정도로 촬영 장소가 적어서 실사 영상이 사용되는 빈도 자체가 너무 낮다. 거기에 정말로 제작비가 부족했는지 같은 장면을 매우, 많이, 여러 번 반복 사용하기까지 한다. 똑같은 장면을 반복 사용하는 것은 당연히 게임의 몰입감을 처참히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연출이라면 게임 중간중간에 실사 영상을 삽입해야만 했던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

 

불쾌한 골짜기가 너무 깊다.

 그렇다면 실사 영상 이외의 부분은 멀쩡한가? 하면 그것 역시 아니다. 인게임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컷신도 완성도가 처참하다. 끔찍한 DoF 활용으로 화면의 80%를 뭉개버려서 눈이 아프게 만드는 것은 약과다. 동시대의 다른 작품과 비교했을 때 그래픽이 대체로 조악한 편이며 표정 애니메이션 역시 굉장히 어색하다. 그래도 만약 이 작품이 단순히 인게임 그래픽으로만 영상을 만들어냈다면 그저 기술력과 경험이 부족했다는 생각 아래 어느 정도는 참작의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본작에는 실사 영상이 함께 들어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그래픽에 자신감이 넘친다는 듯이 실사 영상에서 인게임 그래픽으로 넘어가는 연출을 당당하게 넣어놓았지만, 현실은 너무나 명백한 차이가 만들어내는 괴리감에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쌍팔년도풍의 낡아빠진 연출은 이 작품이 진지한 이야기를 다루는지 아니면 한 편의 개그 스토리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 어머니의 원수와 싸우는 중요한 장면에서 '이나즈마 일레븐'에서 나오는 기술인 폭렬 펀치처럼 마구잡이 펀치를 날려 충격파로 창문을 깨트리는 모습을 보면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까? 납치범이 타고 있는 자동차를 추격하는 긴박한 장면에서 세탁소에 있는 대머리 남성의 머리를 잡고 점프하는 것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경악스럽게도 이 모든 표현에는 일말의 과장조차 없으며 모두 게임에 실제로 나오는 장면들이다.

 

이딴 게임에 내가 12시간을...으아아ㅏㅏ아앙!!!

 이제 대망의 'THE QUIET MAN -ANSWERED-'를 소개할 시간이다. 이것은 위에서 잠시 언급했던 소리가 있는 모드의 정식 명칭이다. 게임을 한 번이라도 클리어하면 열리는 이 모드에서는 종합선물세트처럼 이 게임의 모든 문제점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뿐 아니라 넉넉한 시장 인심처럼 추가적인 문제점을 더 끼얹어 준다.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저질스러운 배경음악, 조잡한 타격음, 쓸데없이 시끄러운 효과음, 주인공을 포함한 일부 배우의 형편없는 연기력, 오글거리는 대사까지 뭐 하나 빠지는 부분 없이 쓰레기 같은 완성도를 선사한다.

 

 그리고 answered라는 부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모드에서는 숨겨두었던 대사들과 함께 스토리의 진상이 밝혀진다. 그 진상은 놀랍도록 형편없고 어이없으며, 작중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을 한순간에 머저리로 만들어버린다. 심지어 진상이 밝혀진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오히려 훨씬 더 많고 추가적으로 공개되는 마지막 장면은 대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본작은 소리까지 전부 없애가며 소중히 감춰두었던 스토리마저 썩었다는 것을 끝끝내 밝히며, 이런 쓰레기 같은 작품에 긴 시간을 허비한 플레이어에게 마지막까지 조롱을 선사하고 그 막을 내린다.

 


-총점-

 

1/10


 

 더 콰이어트 맨은 그야말로 재앙이다. 정상적인 기획자나 정신 차린 검수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작품이며, 이 끔찍한 작품에서 장점을 하나라도 찾아내고자 시도하는 것은 그야말로 사막에서 바늘을 찾고자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고 싶어 안달 난 게이머가 아닌 이상 이 게임을 구입하거나 플레이해볼 시도를 하는 것은 완전히 무의미한 행위다. 무조건적으로 피해 갈 것을 권한다.

 

스팀 리뷰 : steamcommunity.com/id/thiepriest/recommended/790540/

 

Steam Community :: 시프리스트 :: Review for The Quiet Man

소리 따윈 집어치워 (총점 1/10) 우리는 사실 잘 몰랐지만 21세기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정말 쉬운 시대일지도 모른다. 스퀘어 에닉스 정도의 대기업 아래에서 최소한의 검수조차 거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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