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조금 잡것 가득
AER Memories of Old - 텅 빈 하늘을 날아라 본문
타이틀명 : AER Memories of Old
출시일 : 2017.10.25(steam)
개발 : Forgotten Key
플레이한 플랫폼 : PC(steam)
공식 한국어화
날아라. 하늘을 날아라. 자유롭게 날아라. 높이높이 날아라. AER Memories of Old(이하 AER)는 마치 드넓은 하늘을 날도록 등을 떠미는 것만 같은 작품이다.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하늘을 날아보자. 아름다운 풍경, 조각 같은 구름, 신비한 부유섬, 상쾌한 바람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세계가 반겨줄 것이다.
상쾌한 비행
본작의 가장 큰 강점은 그야말로 '상쾌하다'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비행 시스템이다. 주인공 '아우크'는 실내가 아니라면 언제 어디서든 새로 변신할 수 있다. 새로 변신한 아우크는 월드 전체를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으며 발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착지할 수 있다. '이동-변신-비행-착지'라는 일련의 과정이 매우 유연하게 이루어지며 섬과 섬 사이의 이동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바람을 타고 구름을 가르며 하늘을 나는 순간은 플레이어에게 해방감을 선사하며 앞으로의 여정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심어줄 것이다. 그리고 본작은 그 기대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텅텅 비어있는 세계
AER의 세계는 공허하다. 본작의 맵은 전체를 횡단하는데 2분이 채 안 걸릴 정도로 굉장히 작다. 하지만 이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내부에는 그 무엇도 채워져 있지 않다. 이 공허한 세계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은 스토리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는 석판과 두루마리뿐이다. 아주 가끔 거대한 동물의 뼈나 모래 위에 모여 춤추는 게들과 같은 특이한 요소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들과의 상호작용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 흔한 수집 요소? 없다. 서브 퀘스트? 없다. 비행을 활용한 미니 게임? 없다. 오로지 하늘을 날아서만 접근할 수 있는 위험한 지형? 없다. 아무것도 없다. 맵 상에 정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비행 시스템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그저 단순한 이동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전혀 흥미롭지 못한 게임 플레이
AER은 3시간 분량의 매우 짧고 평화로운 작품이다. 게임 오버도 없고 위기 상황도 없다. 그저 시키는 대로 유적의 열쇠를 얻고 유적에 들어간 다음 퍼즐을 해결하는 것을 3번만 반복하면 게임이 클리어 된다. 하지만 본작은 이 단순하고 짧은 게임 플레이마저 매끄럽지 못한 구성을 보여준다. 튜토리얼이 끝나고 게임이 처음 시작되는 순간부터가 무척 당황스러울 것이다. 지도는 주어지지만 가야 할 목적지는 지도상에 표시되지 않는다. NPC들과 대화해봐도 대략적인 방향만을 말해줄 뿐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는 정보를 주지 않는다.
NPC가 제시해 주는 방향으로 막연히 날아간 다음에도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헤맬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맵을 정처 없이 떠돌다 보면 희미한 빛기둥이 보일 것이다. 이 빛기둥은 다음에 얻어야 할 열쇠의 위치나 유적의 입구를 표시해 주는 기능을 하지만 게임상에서는 이 빛기둥에 대한 설명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빛기둥에 대한 안내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확한 장소를 알려주거나 지도에 따로 표시를 해주는 것도 아니다. 굳이 이런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진행을 유도해서 얻은 효과는 전혀 없다.
게임 플레이의 핵심을 차지하는 유적 탐험 역시 완성도가 처참하다. 퍼즐은 너무 단순하고, 진행 방향에 대한 제시는 명확하지 않다. 바닥이나 벽에 있는 그림을 보고 같은 그림을 맞추는 수준의 단순한 퍼즐은 결코 재미있지 않다. 단조로운 디자인의 유적 속에서 길을 찾아다녀야만 하는 매끄럽지 못한 진행은 짜증을 유발한다. 위험한 함정이나 적들이 존재해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도 아니다. 스케일이 거대하거나 연출이 인상적인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런 유적은 게임상에 단 3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짧고, 재미없고, 단조롭고, 짜증 나는 유적이 개수마저 적다는 것은 성의 없다는 말 이외에는 표현이 불가능하다.
몰입되지 않는 스토리
본작의 스토리는 대부분 텍스트 위주의 설명으로 진행된다. 작품의 진행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장소에서 석판을 읽고, 두루마리를 읽고, 고대인들의 대화를 발견하며 작품의 배경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 당연히 이런 불친절한 스토리텔링은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렇게 표현된 스토리가 흥미로운 것도 아니다. 본작의 세계관 상에 존재하는 신화와 역사에 대해서 다루지만 실제 게임 플레이와는 꽤나 동떨어져 있고 내용 자체도 참신한 맛이 없어 그다지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다.
거기에 작품을 중간에 끊어버리듯 갑작스럽게 나오는 엔딩은 덤이다. AER은 결말이 시사하는 바를 파악할 새도 없이 작품이 끝이 난다. 뒷이야기는 플레이어의 상상에 맡기며 여운이 남기를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동안 열심히 텍스트를 읽어왔는지 플레이어를 시험하며 작품을 끝내는 것일까? 어느 쪽이건 아쉽게도 작품을 끝낸 뒤 여운이 남지도 않고, 뒷이야기에 대해서 호기심이 들지도 않는다.
-총점-
3/10
AER이 무엇을 목표로 했을지는 알 수 없다. 'Journey'와 같은 모호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게임을 만들고자 한 것일까? 아니면 'What Remains of Edith Finch'와 같은 인상적인 워킹 시뮬레이터를 만들고자 한 것일까? 완성된 결과물만 봐서는 의도를 전혀 모르겠다. AER은 짧고 공허하고 평면적이고 단조롭고 지루하다. 완급조절 한번 없이 평화롭게만 진행되는 본작에 감동 따위는 없다. 오히려 형편없는 게임 플레이와 텅 빈 맵이 미완성된 작품이라는 인상을 줄 뿐이다. 매우 실망스러우며 그 누구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팀 리뷰 : steamcommunity.com/id/thiepriest/recommended/331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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