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조금 잡것 가득
428: Shibuya Scramble - 4월 28일의 시부야, 5인의 이야기 본문
타이틀명 : 428 ~封鎖された渋谷で~(일어명) 428: Shibuya Scramble(영문명)
출시일 : 2008.12.04(wii), 2018.09.05(steam)
개발 : 株式会社チュンソフト
플레이한 플랫폼 : PC(steam)
사용 한국어 패치 : cafe.naver.com/428kor/285
'428 ~봉쇄된 시부야에서~'(이하 428)는 4월 28일의 시부야(일본어는 428을 시부야로 읽을 수 있다.)를 배경으로 10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에 대해 다루는 사운드 노벨 작품이다.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 5명의 주인공들이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며 시부야 곳곳을 바삐 뛰어다니는 모습을 그려냈다.
실사로 표현된 매력
본작의 가장 큰 특징은 일러스트가 아닌 실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일러스트가 들어있는 텍스트 게임에 익숙해진 게이머라면 어색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수많은 사진과 몇 개의 동영상을 통해 묘사되는 장면들은 일러스트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2D 텍스트 게임에 고질적으로 따라오는 단점인 배경의 반복 사용으로 인한 지루함을 완전히 지워냈다는 점이다. 사진의 특성상 같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각도에서 연출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러한 단점이 본작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실사를 한층 더 빛내주는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428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한명 한명이 확실한 개성과 매력을 가지고 있다. 결혼을 위해 노력하는 열혈 형사 '카노', 시부야의 길거리를 청소하는 에코 청년 '엔도', 딸보다 바이러스에 열중하는 아버지 '오오사와', 막무가내 프리랜서 기자 '미노리카와' 그리고 수상한 다이어트 식품을 홍보하는 아르바이트생 '타마'까지 주연 캐릭터들의 캐스팅은 훌륭하기 그지없으며 주연들뿐만 아니라 조연들 역시 맛깔스러운 연기를 자랑한다.
428에서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볼법한 연출과 구도가 자주 사용되기 때문에 배우들이 조금만 몸을 사렸어도 어색하고 부담스러운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본작의 배우들은 망가지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망가지고 바보 같은 개그가 잔뜩 나오지만 모든 장면에서 배우들은 열정적으로 연기에 임했다. 개그 장면에 사용된 사진만을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매우 우스꽝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진지하고 열정적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적어도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배우들의 연기로 인해 어색함을 느끼는 순간은 없을 것이다.
물론 본작 특유의 과장된 연기와 얼굴 개그는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실제로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작품 전반에 걸쳐 유머가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몰입감이 조금 깨지는 느낌도 없잖아 있다. 하지만 유머 감각 자체는 굉장히 독특하고 뛰어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취향만 맞는다면 굉장히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이는 본작을 일본식 개그에 거부감이 없는 게이머들에게만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치밀하게 짜인 스토리
428의 스토리는 매우 치밀하게 짜여있다. 처음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였던 5명의 주인공들은 시부야에서 비일상적인 하루를 보내며 서로 얽혀간다. 단순한 납치로 보였던 사건은 운명적으로 엮인 사람들로 인하여 그 뒤에 숨은 거대하고 국제적인 음모가 드러나게 된다. 기막히고 특별한 시부야의 하루를 표현하는듯한 본작의 스토리는 설득력 있는 추리나 단서보다는 수많은 우연이 겹침으로써 진행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억지스럽기보다는 유쾌하다. 오히려 기발하게 배치된 복선과 반전이, 본작을 눈을 뗄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로서 완성시켜준다.
선택지 시스템은 기막힌 우연을 통해 엮이는 주인공들의 스토리를 재치있게 표현해냈다. 플레이어가 생각 없이 고른 선택지 하나가 다른 주인공을 죽음의 운명으로 몰아갈 수도 있고, 반대로 그 주인공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도 있다. 작품이 어느 정도 진행되기 전까지는 주인공들은 서로의 존재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에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보기도 하고 각자의 선택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다. 말 그대로 '운명적으로' 엮인 이들의 이야기가 선택지 시스템을 통해 표현되는 것은 매우 재밌고 흥미롭다.
선택지를 고르다 보면 당연히 수많은 배드 엔딩을 접하게 될 것이다. 428에는 무려 85가지의 배드 엔딩이 존재하며 이들은 우울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다. 하지만 본작에서 배드 엔딩을 보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배드 엔딩을 찾아보는 것이 작품 차원에서 권장된다. 각 배드 엔딩은 해당 엔딩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이야기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 캐릭터들의 새로운 일면을 보여주기도 하기 때문에 배드 엔딩 자체가 매력적이고 재밌게 느껴지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물론 배드 엔딩을 맞이한 캐릭터가 생긴다면 이야기의 진행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진행이 막혔다 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본작은 이미 고른 선택을 수정하는 것이 무척 간단할 뿐만 아니라 배드 엔딩마다 회피법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기 때문에 진행이 막히는 것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고 마음 편히 플레이할 수 있다. 다만,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인 오후 6시 이후부터는 힌트를 일절 제공하지 않고 비슷비슷한 비극적 결말이 다수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올바른 선택을 내리는 것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방대한 숨겨진 콘텐츠
본편만으로도 충분한 플레이 타임과 재미를 보장하지만 본작에는 본편 이외에도 숨겨진 요소와 감춰진 이야기가 매우 많다. 3개의 서브 에피소드와 22개의 짤막한 스페셜 에피소드 그리고 몇 가지 추가 특전이 존재한다. 마치 고전 게임처럼 이들은 게임 곳곳에 숨겨져 있으며 공략 없이 이들을 모두 찾아내는 것은 매우 험난한 도전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찾아내는 것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엔딩 이후에도 꽤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짧은 특전들은 제외하고 3개의 서브 에피소드에 대해서만 다뤄보자면 이들은 굉장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본편과 분위기도 완전히 다르고 선택지 하나 없이 진행되는 에피소드들이기 때문에 본편에 아무리 재미를 느꼈던 플레이어라 하더라도 취향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다소 아쉬운 편의성
편의성 부분은 조금 아쉽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은 캐릭터 선택창이나 타임라인에서는 일시정지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일시 정지창에는 배드 엔딩 리스트, 옵션 설정, 타이틀 화면으로 돌아가기 등 유용한 기능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자주 사용하는 화면에서 일시정지가 불가능한 것은 매우 불편하다. 그 외에도 스토리가 후반으로 진행될수록 타임라인이 복잡해져 알아보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나 텍스트 읽기와 관련된 옵션 제공이 빈약하다는 점 등 편의성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는 것은 아쉽게 느껴진다.
-총점-
9/10
428 ~봉쇄된 시부야에서~는 유머러스하고 재밌고 흥미로운 작품이다. 쉴 새 없이 반전이 펼쳐지는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은 가히 최고 수준이며 플레이어가 몰입감을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방대한 분량, 배우들의 열연,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적절한 연출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일본식 개그에 거부감이 없는 텍스트 게임 팬이라면 반드시 플레이해봐야만 하는 작품이다. 시부야에서의 특별한 하루는 그만큼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스팀 리뷰 : steamcommunity.com/id/thiepriest/recommended/648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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